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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구 (中国海口) 여행

4년반만에 海南岛를 다시 가본다. 2015년 1월 처음으로 한 현지 여행지가 三亚였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언어도 나아지고 중국 인프라에 대한 이해도 늘어난 상황이다. 원래 다시 三亚를 선택할까 생각도 했으나, 저녁에 도착하고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 운행 시간이 좋지 못하여, 대신 안 가본 海口를 선택한다. 한국인에게는 골프특화지구로 포지셔닝 되어 있지만, Staycation을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큰 상관이 없다. 海口에 있는 힐튼 계열 호텔들을 찾아보니 Hilton Meilan이란 이름의 호텔 하나가 눈에 띈다. 정식 이름은 海口鲁能希尔顿酒店인데, 다른 힐튼 호텔과 구별하기 위해 영어 이름에는 美兰을 붙인 듯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위치도 해변가에 자리하고 있어, 이 호텔에 4박을 예약한 후, 비행기 역시 저렴하게 나온 남방항공으로 예약한다.

비행기 시간이 아침 7시 초반이라 새벽부터 집에서 나와 공항 가는 택시를 탄다. 6시에 국내선 공항에 내려 발권을 마친 후 안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대련 공항에도 다이너스 카드가 가능한 라운지가 생겼기에 탑승 전에 잠시 들른다. 가능하다는 두 곳 중에서 탑승구와 가까운 비즈니스 라운지를 가봤는데, 제주공항 KAL 라운지 정도 수준이다. 음료와 커피, 과자나 간식이 준비되어 있지만 식사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비행기는 南京에 잠시 스톱오버를 하고 海口까지 도달한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중간지점에서 내리고 또 그만큼의 고객들이 새로 탄다. 그러다 보니 2번 기내식을 제공한다. 공항에 내리니 1시 초반이다. 무료 픽업 차량이 도착하는 시간이 2시 45분이라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한다. 비가 잠시 쏟아지지만 걱정과는 달리 날씨는 금방 맑아진다. 원래 오기로 한 셔틀 버스 대신 세단이 2대 도착한다. 호텔에서 사전에 알려준 기사 번호는 그대로지만, 다른 차 2대가 대신 온다.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덕분에 세단에 우리 부부만 타고 편안하게 호텔로 도착한다. 호텔로 가는 차량에서 다른 차를 몰고온 컨시어지 직원이 다시 우리에게 전화를 하는 등, 좀 매끄럽지 않은 구석은 있지만, 무료이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흔한 일이라 당연히 감수할 몫이라 생각한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다. 사전에 룸 타입도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해피아워 대신에 저녁 뷔페를 제공한다고 하기에, 금일부터 객실 가격이 더 떨어졌지만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그냥 묵기로 한다. 따져보니 결국 2인 저녁 뷔페 요금보다 저렴한 객실 요금이다. 8층에 방을 배정받고 올라가 본다. 객실은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2인이 묵기에는 적당하고 마침 위치가 한중간이라 수영장을 포함한 호텔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짐을 풀고 라운지에 가본다. 체크인을 할 때 물어봐야 알려줄 만큼 강조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싶다. 넓고 잘 만들어진 공간이나 직원이 없다. 손님도 가뭄에 콩나듯 있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냉장고에 있는 탄산음료를 꺼내 마시는 정도다.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들러 무료 음료로 목이나 축이기에 적당하다.
그 대신 저녁 뷔페가 기대 이상이다. 해피아워를 대체하는 수준이니 음식 몇 가지 정도나 있겠거니 했는데, 엄청나다. 4일 저녁 동안 크게 2가지 컨셉의 요리가 제공되었는데, 처음 이틀은 BBQ 스타일로, 나머지 이틀은 小龙虾와 串 스타일이 메인이다. 그 외에도 각종 게, 참치 연어 등을 포함한 각종 해산물이 매일 기본으로 깔려 있다. 주저하며 물어본 주류 역시 방번호 확인 후에 무료라는 답을 받는다. 원래 해피아워가 주류 무료라지만 일부 호텔의 저녁 뷔페는 주류가 추가 요금이기도 한데,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뒤의 이틀은 扎啤라 불리는 생맥주까지 제공된다.
첫날을 설렁설렁 보낸 후, 같은 식당으로 조식을 먹으러 온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인 고객이다 보니, 서비스 대신에 음식의 종류를 늘린 듯하다. 어제 석식보다 가지수는 좀 줄었지만 그래도 훌륭한 메뉴들이다. 다만 오믈렛이나 에그 베니딕트처럼 손이 가는 음식 대신 달걀 프라이처럼 효율성 높은 음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 때문에 잠시 맑아진 날씨 때문에 무리하게 아침부터 셔틀 버스를 타고 나간다. 전날 문의할 때는 6인승 차량이라 자리가 없었는데, 아침에 확인하니 20인 정도 타는 승합차로 바뀌어 있어 탑승이 가능하다 한다. 셔틀을 타고 日月广场까지 이동한 후 버스를 타고 五公祠로 향한다. 굳이 따지자면 공무원 5명 사당이란 뜻인데, 하이커우로 좌천된 5명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곳으로 하이난 최초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하다. 이덕유(李德裕), 이강(李綱), 이광(李光), 조정(趙鼎), 호전(胡銓) 이렇게 5명인데, 중국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다. 인당 12원의 입장료를 내고 사당에 들어간다. 몇 개의 건축물들이 모여 있지만 통칭 五公祠라 지칭된다. 날이 제법 더워 샅샅이 보진 못하고 동선이 내키는 대로 간단히 본 후에,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라운지에 들러 목을 축이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어린이가 놀기 좋을 법한 인공 모래 수영장을 포함해 서너 개의 풀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 보니, 해변이 있기는 하나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인지 사람은 손꼽을 만큼만 있다. 투명한 벽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다던 수영장은, 기대와는 달리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탁한 아크릴에 갇혀 있는 수중 애완동물을 연상케 한다. 결국 정문을 등지고 좌측에 있는 풀을 중심으로 하여 물놀이를 해본다. 그나마 몇 개의 비치 체어가 물에 살짝 잠기는 구조이고 오후에 자연 그늘도 만들어져 이쪽을 활동무대로 삼는다.
객실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마친 후 다시 셔틀을 타고 骑楼老街로 나간다. 일기예보 때문에 무리하게 일정을 몰아넣은 셈이었는데, 결국 묵는 내내 화창한 날씨로 변한다. 어쨌든 덕분에 셔틀을 타고 老街를 천천히 둘러본다. 처음 들어선 동선은 관광지가 아닌 시장에 가까운 쪽이었는데, 조금 걷다 보니 누가 봐도 관광지인 구역을 발견한다. 차도 없고, 곳곳에 동상이나 조형물이 세워져 있으며, 상점들도 마치 거리를 구성하는 풍경인 듯 잘 녹아 있다. 택시를 타고 오려던 계획은 나가는 동선 앞에 바로 버스가 도착한 관계로 어그러진다.
객실로 올라가는 대신 바로 뷔페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어제와 비슷한 메뉴들이지만 약간의 변주를 준 듯 어제 못 보던 종류의 음식들이 종종 나온다. 어제와 달리 로컬 병맥주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는 임팩트가 약하다. 그래도 훈제 고등어, 칠리 소스 항정상 구이, 양갈비, 새우튀김, 양념갈비, 알이 꽉차고 집게가 작은 몸통게, 연어 등을 배부르게 먹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일출이 살짝 시작되고 있다. 일출을 좀 감상하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10시 20분 셔틀을 타고 나간다. 大润发란 이름의 RT마트에 내려 버스를 타고 电影公社를 갈 셈이었는데, 셔틀이 大润发에 내리지 않고 日月广场까지 바로 간다. 기사가 돌아가는 길에 들러준다고 하여, 한 명의 완전 외국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있는데, 동선이 낯익다 했더니 어제의 五公祠 앞이다. 한참을 컨시어지 직원과 이야기하더니 여기까지 태워주기로 한 모양이다. 大润发보다는 여기가 더 좋은 동선이라 우리도 여기서 함께 내린다. K3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버스를 타고 电影公社 근처까지 도달해 700m 정도를 더 걸어간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여러 종류의 테마로 구성된 공간이 있는데, 각각 가격이 다르다. 날도 덥고 많이 걷기도 했고, 그게 그거일 듯하여 주저하지 않고 가장 유명한 1942街 하나만 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된다.
입장료 구입 후 미니 기차를 타고 입구까지 도착한다. 1942街에 들어가니 영화 세트장에 딱 어울리는 고풍적인 건물들로 가득이다. 히치콕 감독의 39계단 포스터가 있는 영화관도 그렇고, 기본 사진은 무료, 대형 사진은 유료지만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좌측으로 보이는 장소도 그렇다. 날이 더워 진이 좀 빠지긴 해도 곳곳에 걸쳐 있는 풍경들은 옛날 영화에 빠져든 느낌을 준다. 한시간 반 정도 1942街를 둘러본 후에 다른 입구인 南京街 근처에 있던 KFC에 들러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힌다. 다시 미니 기차를 타고 입구에 돌아온 후 제법 걸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온 후, 大润发 근처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돌아온다. 라운지에 들러 음료 한 잔 마신 후 객실에서 방전된 체력을 회복한다.
다시 찾은 저녁 뷔페는 이틀 동안의 BBQ에서, 小龙虾와 串 중심으로 컨셉이 달라져 있다. 민물가재에 해당하는 小龙虾는 까기가 귀찮아 근래에는 굳이 찾아가 먹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있으니 안 먹을 수야 없다. 꼬치에 해당하는 串도 꽤나 다양한 종류가 제공되고 있다. 게다가 오늘부터는 생맥주인 扎啤가 제공된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와서 여유롭게 먹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 小龙虾는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일부 고객들이 바닥이 보일 때까지 쓸어가는지라 꽤나 경쟁이 심한 편이다.
지난 이틀이 비교적 터프한 편이라 마지막 하루는 여유롭게 보내기로 한다. 늦은 아침 식사, 방에서 TV를 보며 여유롭게 휴식, 아침 저녁으로 뷔페에 넘치게 있어서 방치해 두었던 웰컴 과일 중에 망고를 먹고, 수영장에 들러 물에 잠시 몸을 담그고 나온 후 라운지에 들러 음료 한 잔, 다시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저녁 뷔페, 이렇게 하루를 느리고 느긋하게 보낸다. 원래 4박 5일 내내 이럴 셈이었는데 예상외로 1.5일이 바빴을 뿐이다.

일요일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고, 아침 식사 후에 객실로 돌아오니 날씨는 더 맑아져 있다. 어제부터 회사 직원 중 하나가 우리 비행기를 걱정하며 이것저것 확인하곤 했는데 이렇게 청명한 여기 날씨와는 달리 대련은 곳곳에 침수도 있고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출도착 비행기의 취소도 종종 있다 한다. 덕분에 오전 내내 비행기 실시간 운행 앱을 확인한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한 후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한다. 발권을 마치고 탑승구로 이동한 후 국내선 쪽에 있다던 라운지를 찾아보니 특이하게도 보안수속 전에 위치하고 있다 한다. 국내선 공항이 제법 넓어 라운지에 들렀다 여유 있게 왔으면 꽤나 서둘 뻔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다.
잠시 스톱오버한 南京의 날씨는 맑지는 않지만 비가 내리지도 않아 무난하게 대련에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비행 시간 내내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고 시야가 좁아지더니 결국은 대련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부상하고 만다. 곧 날씨 때문에 대련에 내릴 수 없어 심양으로 이동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다들 그렇다면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고 여유롭게 착륙을 기다린다.

영어와 중국어를 병행하던 방송은 위기 상황이 지난 후 안내 타임이 되자 중국어 원채널로 바뀐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나 외국인으로서의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승무원을 불러 외국인임을 인지시키고 다시 설명을 요구한다. 영어 방송 전담 승무원이 와서 상황을 영어로 다시 설명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지금 날씨로서는 보장할 수 없지만 내일 기다려서 비행기를 타거나, 아니면 고속철을 타고 대련으로 돌아간 후 추후에 비용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직원의 안내로 지상 근무 직원이 우리를 특별히 케어하기 위해 대기하긴 했으나, 영어를 잘 못 하는 관계로 앞뒤 설명 없이 이동만 도와준다. 원래 비행기 연착 증명을 받아야 한다 했는데 그 과정 없이 버스에 태우고, 첫 번째 버스가 꽉 차자 별다른 설명 없이 다른 버스에 태우고 해서,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떨게 한다. 게다가 버스 기사는 호텔 이름만 알고 지리를 잘 몰라 가는 길마저 헤맨다.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은 공항 근처 호텔, 기차를 타려는 사람은 기차역과 멀지 않은 시내 근처 호텔에 배정하겠거니 생각했으나, 모든 고객을 太平洋丽晶이란 이름의 호텔로 인도한다. 그나마 한 명의 남방항공 직원이 급히 호출 당한 듯 사복을 입고 와서 대기 중이다. 다시 확인하니, 내일 비행기를 타고 싶다면 프론트 데스크에 이야기를 한 후에 대기하고, 고속철을 타고 가겠다면 알아서 표를 끊고 대련에 도착한 후, 나중에 남방항공에 전화해서 보상을 받으라 한다. 비행기 연착 증명 같은 원래 있어야 할 과정은 모두 생략한 모양이다.

4성급 호텔답게 객실은 나쁘지 않으나 오래 방치된 듯 냄새가 심한 편이다. 밖에 나가 간단한 마실거리를 사고, 호텔 3층에서 세트처럼 제공하는 식사를 打包盒子에 넣어 객실로 돌아온 후 방에서 먹기 시작한다. 음식은 좀 식긴 했지만, 맛이 괜찮은 편이다. 메인으로 제공한 닭강정 비슷한 음식도, 돼지고기도 나쁘지 않고, 반찬으로 제공하던 고사리도 버섯나물도 괜찮다. 적당히 먹고 수면을 취하기로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김에 고속철을 검색해 보니 아침에 제법 좌석들이 많다. 호텔 위치도 沈阳站과 가까운 곳이라 그냥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역으로 이동한 후 7시 12분 기차를 2시간 정도 타고 大连北站에 도착한다. 날씨가 걱정되어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타기로 했는데, 집 근처 역에 내리니 거짓말처럼 비가 멎어 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라 출근 대신 휴가를 내고 급한 일만 집에서 처리하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파란만장한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