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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조민호 감독의 작품을 처음 보았던 것은 몇 년 전의 정글 쥬스였을 것이다
세간의 혹평과는 달리 꽤나 인상적으로 그 작품을 보았었는데
이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뚝방 전설의 조범구 감독처럼 약간의 양아치 장르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도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꽤나 실망스러웠다
영화 초반의 몰두할 수 있는 힘들을 중반 이후 죄다 까먹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자리에 모으기도 힘들 법한 인상적인 배우들을 이렇게나 많이 활용하고도
중반 이후 영화가 그렇게 힘이 떨어진다면 기획이나 연출 둘 중 하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영화는 마지막에 장PD의 사연을 밀어넣으면서 나름 반전을 시도하긴 하지만
이도 반전이라기 보다는 나름의 설명에 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영화 중간 중간 나타나는 캐릭터들의 비현실성은 영화 몰입을 방해한다
어차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의 대결 구도에서 쉽게 포기하고 순응하는 모습들은 실소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특급은 아니지만 연기 잘 하는 A급 배우들에 퍼스 로케이션까지 감안하다면
결코 제작비가 저렴하지는 않았을 법한 영화는 결국 A급을 지향하지만
정통 B급도 되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말을 향해 치닫고 만다
게다가 CCTV만으로도 게임 참가자들의 전체 샷을 잡아내는 비현실성은
그나마 일견 남아 있던 영화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들게 만든다
1대의 ENG 카메라를 들고도 인터넷 방송에 적합한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환상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by 이상민 | 2009/09/25 22:00 | 영화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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