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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도시 2 (The Border City 2)

1편을 보지 못했음에도 2편을 굳이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2003년의 희미한 기억들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를 읽는 순간 당시 몰아치던 매카시즘의 한가운데에 있던 지식인의 비참한 상황들이
묻어두었던 기억 너머로부터 조금씩 흘러나와 버렸기 때문이다

그냥 고민스러웠을 듯하다. 홍형숙 감독이 이런 식으로 영화를 이끌어간 것도
또 그렇게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래서 이 답답함을 너희들도 느껴보라고
영화라는 매체를 던지는 것도 또 이를 가슴치며 보는 것도
이 모든 것이 쉽지 않은 기억이고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이다
덕분에 영화는 중반 이후 갈 곳을 잃어버린 듯하지만 감독의 의도는 더욱더 가슴에 아로새겨진다

영화를 보며 답답함을 가중시켰던 상황들은 너무나도 많이 있겠지만
그 역할은 비단 우익단체나 언론나 일반 시민들의 비뚤어진 시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름 전략적으로 송두율 교수를 초빙했음에도 본인들의 예상보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유연성을 찾지 못한 채 부유하고 아전인수적 판단에만 급급하던
자칭 진보단체들의 우왕좌왕은 영화속 답답함을 가장 가중시키는 최고의 주역이다

경계인의 삶을 판단하는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상황과
그 타인 역시 또다른 잣대를 들이댄 채 끊임없이 선택 아닌 선택을 강요하는 장면들
그리고 이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송두율 교수 부부의 피로함이 묻어나는 장면들은
영화 내내 관객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핵심 원인이 된다
인터뷰 말도 제대로 못 받아적거나 기사에 쓰고 싶은 말을 오려내기 위해
하고 싶은 질문만 끊임없이 던져대던 기자들 역시 피로감을 가중시키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결국 8차까지 이르렀던 공판 결과는 무죄로 판결나지만 이미 사람들은 사건을 잊은 지 오래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의미있는 것은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지 않고
경계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지금 현실에 적용해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by 이상민 | 2010/03/28 14:00 | 영화 | 트랙백

이웃집 좀비

이런 류의 작품들은 포지션이 분명해야만 한다
보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내용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든지
아니면 상업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해서 틈새 시장을 성공하든지이다

6편의 에피소드를 끼워넣은 것에 대한 설명이나 4명의 모여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는
충분히 이야기감이 되지만 이를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 모두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반의 참신한 설정들이 점점 무르익어가는 3번째 에피소드까지는 그나마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4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일종의 자기 만족이라는 자가 당착에 빠져 버린 듯하다

그래서인지 좀비라는 소재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기에는 너무 산만하고
결국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제각기 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찍고 싶은 이야기를 단계적으로 밟아나간다
다만 그 안에 짧은 시간 영화를 집중해서 보아야만 하는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따름이다

영화의 참신함이나 한정된 예산이나 공간으로 다양하게 만들어낸 활용성 등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탓하고픈 것은 만든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심이다
3~4편 정도의 에피소드들만 선별하여 중편 영화 성격으로 개봉했더라면
훨씬 더 집중력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말미의 대부분을 몸을 꼬며 억지로 버텨내지는 않아도 되었을 터이다

by 이상민 | 2010/02/21 13:00 | 영화 | 트랙백

채식주의자

다른 것 다 떠나서 주인공 채민서씨의 노고는 무척이나 심했을 터이다
소재 자체도 만만치 않지만 거식증의 증세를 보이면서 말라가는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터이고 영화는 그런 그 몸을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소설 원작을 읽지 못했기에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영화 채식주의자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쉽지 않다
갑자기 고기를 거부한 여인과 그의 언니,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가 주된 등장인물이지만
그 중에서 현실적인 부분에 몸을 두고 있는 것은 오직 언니인 지혜 뿐이다

주인공 영혜와 형부인 민호 사이의 관계는 일종의 영감으로 시작되어 관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버리지만
그 사이의 간극을 이어주는 것은 일종의 예술가들 특유의 집착과 삶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는 무심이다
죄책감과 욕망이 그 사이를 부유하긴 하지만 오직 그것 뿐이다

다만 나무는 서있는 것이 아니라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던지는
영화 후반부의 영혜의 대사는 나름 강하게 인상이 남는다

by 이상민 | 2010/02/21 11:00 | 영화 | 트랙백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유명해진 상상극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로라도 한 번을 봐야 할 작품이었다
다크 나이트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 약물 복용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 배우는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한창 나이인지라 더욱 죽음이 안타까웠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가 맡았던 토니 역할을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나누어 맡아
미완성일 뻔했던 영화를 완성시켰으며 극중 캐릭터 자체가 흰색 정장 차림인지라
영화 관람 내내 큰 위화감 없이 그럭저럭 끝까지 볼 수 있는 정도로 완성되었다

영화의 상상극장은 일종의 통과 의례인 마법 거울을 지나쳐 꿈을 현실화하는 공간이다
이를 구현화할 수 있는 것은 파르나서스 박사의 초능력 덕분이긴 하지만
덕분에 현실적으로 활용되는 장면에서는 개인에게 희열을 맛보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도는 악마로 표현되는 미스터 닉과 파르나서스 박사의 대결인데 
과거와는 달리 현대인의 유형이 바뀌어 가면서 상상 자체가 부족해지는 모습을
현실과의 반영으로 표현하고자 한 듯하나 전반적인 서사의 일관성이 부족해
이야기가 다소 산만한 것이 약점이다

by 이상민 | 2010/01/02 10:00 | 영화 | 트랙백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영화에서 보여지는 셜록 홈즈의 이미지는 기존 소설의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다
물론 소설 자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역시도 만능맨의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영화에서는 좀 더 괴짜적인 이미지를 가하고 논리적인 전투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 소설과 그 소설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홈즈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좋은 배우들과 능력있는 감독이 만났음에도 중반 이후 이야기의 힘이 뚝 떨어지는 것은
기존의 홈즈의 재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충실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는 데에 실패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비해 지나치게 지루한 중반은 이야기 흥미를 반감시킨다
어찌 보면 드라마 자체의 부족으로 느껴진다

by 이상민 | 2009/12/23 16:00 | 영화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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