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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 (名探偵コナン 漆黒の追跡者)

명탐정 코난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년탐정 김전일의 아류 정도로만 평가받았던 데다가
초기 설정 자체도 특이하지만 조악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길게 유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이미 500편이 넘는 TV판이 만들어지면서 원피스와 함께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극장판 역시 꾸준히 만들어져 왔는데 이번 칠흑의 추적자는 13번째이다
일본에서 4월 개봉했을 때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극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매우 높다
이는 극장판 최초로 코난(정확히는 쿠도 신이치)과 초기부터 대결을 펼치는
검은 조직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고 코난의 정체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사실까지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최초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많은 형사들에 헤이지까지 주변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전작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초반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어차피 대결 구도의 핵심이 되는 범인은 늘 새로운 인물들인 만큼 영화를 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어딘가 도쿄 타워를 연상시키는 토토 타워에서의 총격신들은
전작이나 TV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과연 명탐정 코난이 언제 어떤 식으로 종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TV판에 이어 극장판에까지 검은 조직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보면
전체 이야기가 종반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원피스처럼 만화책으로 50권이 넘어도 아직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꺼낼 준비가 되어 있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 
단편 에피소드 중심이었던 명탐정 코난은 이야기를 주변에서 중심으로 확대하면서
조금씩 대결말을 향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끝이 궁금하면서도 끝이 나지 않길 바라는 묘한 감정의 경계선에 남아 있지 않을 수 없다

by 이상민 | 2009/10/04 23:00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덧글(2)

로니를 찾아서 (Where is Ronny)

여러가지로 상영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포기하긴 했지만
참으로 극장에서 관람하기 위해 노력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고 같은 배우가 나오는 반두비 때문에
두 작품을 더욱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주인공은 로니가 아니라 뚜힌이다
로니는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차지하는 사건의 주역이지만
그 장면 이후 사라져 버리고 실제 로니를 찾아다니는 인호화 동행하는 것은 뚜힌이다

그러나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이 두 사이의 관계에는 여전한 벽이 존재한다
인호가 영화 중반 이후 뚜힌을 받아들였다 한들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근거 없는 상대적 우월감은 사라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대표 출신인 주인공은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에게 대련에서 KO당한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자존심 덩어리이기도 하지만 이는 자신이 온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삶의 수단이 단번에 사라져 버린 생계형 분노를 표출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많은 부분 전자 때문에 후자가 옅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로니를 찾아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하는 것이 본인이 재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생계형의 표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로니를 찾아 뭔가를 수행한다고 해서 주변 환경은 조금도 달리질 것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영화는 불법 체류자 출신의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꽤나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1급 요리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멘사 출신이기도 한 뚜힌의 지금 모습에서는
결국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지 않은 자국 내의 상황과
3D 업종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타국에서의 제한된 기회가 양립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 초기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근거 없는 분노와 멸시는
극단적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동네 주민들의
눈과 말과 행위를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이 주변에서 평범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무의식중에
공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감독이 관람객들에게 다시 한 번 주고픈 메시지일 터이다

영화가 아쉬운 것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끝내 버린 마지막 부분의 미봉합이다
여러 가지 제한 사항들 때문에 제한된 인원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것은 
사전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결론을 애매모호하게 처리해 버림으로써
영화의 마무리를 흐지부지하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물론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에서 많은 것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의도였다기 보다는 시간이나 비용 등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무리지어져 버린 느낌이 들어 버리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의 제공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 잘 활용될 수도 잘못 활용될 수도 있는데
결국 영화의 마무리를 그렇게 끝내버린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정쩡하기 짝이 없는 상영 시간 역시도 결국 하고픈 걸 다 못 만들어낸 한계가 아닌가 싶어 더욱 그렇다

by 이상민 | 2009/10/02 20:00 | 영화 | 트랙백

썸머워즈 (サマーウォーズ)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자신의 색깔을 완벽하게 만들어냈고
이번 작품인 썸머워즈를 통해 그 색깔을 하나의 세계로 완성화시켰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가상 세계 OZ는 우리 나라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구조로 가고 있는
일본의 네트(인터넷)의 장애로 인한 공황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그러나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기존 SF 영화가 제공하는 무거운 분위기 대신
30명 가까운 대가족과 1명의 17세 소년의 가벼운 소동을 통해 구현한다

극도로 발전한 현대 문명과 99간 집을 연상시키는 일본 전통 가신 문화를 접목시키고
그 안에서 일본 전통 놀이인 KOIKOI(고스톱)와 Virtual Game을 연관시킨 것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게다가 최첨단 디지털 시대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할머니가 수첩에 적혀 있는 연락처를 이용하여
아날로그의 상징인 전화를 통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통화하는 모습도
이 작품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하는 대조의 한 가닥을 이룬다

위성이 집으로 날아오는 위기 상황에서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려 다같이 밥을 먹는 장면은
만화니까 가능한 이야기라 표현할 수도 있지만 결국 반목과 갈등을 화해로 만들어가는 중요한 부분이다
결국 식사 직후 나츠키를 필두로 하여 온 가족이 나름의 전자기기를 손에 쥔 채
나츠키를 응원하는 장면에서는 나름의 가족애와 화합이 표현되고
계정(Account)을 잃어가는 나츠키에게 전세계의 도움과 희생이 동반되는 장면은
비록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긴 하지만 나름 범세계화에 대한 메시지까지 담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현실의 가상 세계야 이보다 훨씬 더 막강한 보안 체계로 무장할 수밖에 없겠지만
일부를 단순화시켜 가상 세계의 위협을 적절하고 개연성 있게 표현해 낸 것은 연출의 승리로 보인다
2시간도 안 되는 런닝 타임을 통해 이 모든 것이 표현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by 이상민 | 2009/10/01 20:00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덧글(1)

내 사랑 내 곁에

영화를 바라보는 기대치는 사실 2개였다
김명민씨가 루 게릭병에 걸린 환자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을 것인가와
신파임을 뻔히 알고 보는 영화에서 그 이상의 것을 감독이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였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와 남겨진 여자에게 남겨진 선택이란 사실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이를 어떻게 잘 포장하고 잘 정제하여 감정선을 정리할 것인가가
이 영화가 가진 얼마 안 되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감정은 초반에 급작스럽게 두 주연 배우의 관계가 진전되고
중반에는 지나치게 둘 사이의 관계가 행복해지며
언제나 그렇듯이 후반에는 급속하게 식어나간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연기는 오직 목소리뿐이고
김명민씨는 적어도 감독의 의도에 걸맞도록 노력했음은 분명하다
김명민이란 배우를 높게 인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연기를 위해 체중을 감량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감량이라는 것이 배역에 진입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만큼 강력하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배우의 대사만으로 처리되는 중반부와 나레이션으로 표현되는 후반부가
적합한 구성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꽤나 의문이 있다

영화는 지루함을 덜하기 위해 6인용 병실 이동 이후 주변인들의 에피소드를 가미했다
나쁘지는 않은 구성이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함을 흔들 수 있는 무기까지는 되지 못한다
목소리 톤과 인상이 강인하지만 배역에 몰입할 수 있는 김명민이란 배우와
생각보다 저평가되고 있지만 밝고 억척스러운 여성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하지원이란 배우의 조합은 기대 이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끝이 분명한 것은 구성 상의 필연적인 한계일 터이다
만약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보고 싶었다면 영화의 선택은 실패일 수 있다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핵심들은 이미 예고편을 통해 표현해 버렸기 때문이다

by 이상민 | 2009/09/27 10:00 | 영화 | 트랙백

10억

조민호 감독의 작품을 처음 보았던 것은 몇 년 전의 정글 쥬스였을 것이다
세간의 혹평과는 달리 꽤나 인상적으로 그 작품을 보았었는데
이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뚝방 전설의 조범구 감독처럼 약간의 양아치 장르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도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꽤나 실망스러웠다
영화 초반의 몰두할 수 있는 힘들을 중반 이후 죄다 까먹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자리에 모으기도 힘들 법한 인상적인 배우들을 이렇게나 많이 활용하고도
중반 이후 영화가 그렇게 힘이 떨어진다면 기획이나 연출 둘 중 하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영화는 마지막에 장PD의 사연을 밀어넣으면서 나름 반전을 시도하긴 하지만
이도 반전이라기 보다는 나름의 설명에 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영화 중간 중간 나타나는 캐릭터들의 비현실성은 영화 몰입을 방해한다
어차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의 대결 구도에서 쉽게 포기하고 순응하는 모습들은 실소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특급은 아니지만 연기 잘 하는 A급 배우들에 퍼스 로케이션까지 감안하다면
결코 제작비가 저렴하지는 않았을 법한 영화는 결국 A급을 지향하지만
정통 B급도 되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말을 향해 치닫고 만다
게다가 CCTV만으로도 게임 참가자들의 전체 샷을 잡아내는 비현실성은
그나마 일견 남아 있던 영화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들게 만든다
1대의 ENG 카메라를 들고도 인터넷 방송에 적합한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환상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by 이상민 | 2009/09/25 22:00 | 영화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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