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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유명해진 상상극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로라도 한 번을 봐야 할 작품이었다
다크 나이트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 약물 복용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 배우는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한창 나이인지라 더욱 죽음이 안타까웠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가 맡았던 토니 역할을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나누어 맡아
미완성일 뻔했던 영화를 완성시켰으며 극중 캐릭터 자체가 흰색 정장 차림인지라
영화 관람 내내 큰 위화감 없이 그럭저럭 끝까지 볼 수 있는 정도로 완성되었다

영화의 상상극장은 일종의 통과 의례인 마법 거울을 지나쳐 꿈을 현실화하는 공간이다
이를 구현화할 수 있는 것은 파르나서스 박사의 초능력 덕분이긴 하지만
덕분에 현실적으로 활용되는 장면에서는 개인에게 희열을 맛보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도는 악마로 표현되는 미스터 닉과 파르나서스 박사의 대결인데 
과거와는 달리 현대인의 유형이 바뀌어 가면서 상상 자체가 부족해지는 모습을
현실과의 반영으로 표현하고자 한 듯하나 전반적인 서사의 일관성이 부족해
이야기가 다소 산만한 것이 약점이다

by 이상민 | 2010/01/02 10:00 | 영화 | 트랙백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영화에서 보여지는 셜록 홈즈의 이미지는 기존 소설의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다
물론 소설 자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역시도 만능맨의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영화에서는 좀 더 괴짜적인 이미지를 가하고 논리적인 전투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 소설과 그 소설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홈즈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좋은 배우들과 능력있는 감독이 만났음에도 중반 이후 이야기의 힘이 뚝 떨어지는 것은
기존의 홈즈의 재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충실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는 데에 실패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비해 지나치게 지루한 중반은 이야기 흥미를 반감시킨다
어찌 보면 드라마 자체의 부족으로 느껴진다

by 이상민 | 2009/12/23 16:00 | 영화 | 트랙백

여행자 (A Brand New Life)

개봉 타임을 놓쳤음에도 나다의 교차 상영 덕분에
겨우 관람할 기회를 얻었는데 영화를 못 봤다면 후회할 뻔했다
평론가들의 극찬이 아깝지 않은 정도로 절절한 연기를 보여준 아역 배우의 힘이기도 하지만
첫번째 장편이자 고향이지만 낯선 한국에서 메가폰을 잡은 작품임에도
부족하지 않는 구성을 보여준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여러 매체를 통해 충분히 언급되었듯 여행자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전혀 없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사실감이 남다르다
아버지에게 버려진 채 보육원에서 주인공 진희가 저항하는 방식이 이야기의 초반을 구성한다면
중반 이후는 1차 적응과 또다른 체념과 포기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여행자는 실제로 해외 입양을 떠나는 아이들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보내준다고 새 옷을 사준 채 보육원에 맡기고 사라져 버린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본인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진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저항이지만
이를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보육원의 방식은 지나친 훈계 대신 적절한 방치이다
이같은 어른들의 태도는 특히 진희가 2번째로 절망했을 때의 대응 방식으로 상징화되는데
주변 아이들의 인형을 부수는 진희에게 보모 아줌마가 대하는 태도가 그런 행위들을 설명한다
아이들 앞에서 한 번 때린 후 따로 불러서 혼내는 것 대신 몽둥이로 이불을 때리게 하는 것이다

입양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숙희만큼 영약하지 못했던 진희가
결국 택하는 선택은 절망에 빠져 스스로를 무덤에 파묻는 행위로 대표된다
그 이후 진희의 태도는 아버지에 대한 희망을 완벽하게 버린 채
적극적인 입양의 기회를 찾는 형태로 돌변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뭐라 말할 자격이 없다

누군가가 떠나갈 때마다 다같이 서서 멍한 표정으로 부르는
작별과 고향의 봄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아리게 만들며
절망에 빠질 때마다 진희가 취하는 행동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철저하게 김새론이라는 어린 배우에 의존하여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대사 없이 멍한 눈빛과 거친 행동,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도발적인 발상을 온몸으로 표현한
이 어린 배우는 단 몇 번의 미소만으로도 영화를 본 관객들을 팬으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나 멍하면서도 깊은 눈빛 그 자체는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맞물려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에서 진희에 의해 2번 불리워지는 혜은이씨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수미상관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앞뒤의 이야기를 잇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주인공 이외의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한데 잠깐씩 출연한 설경국씨나 문성근씨 이외에도
보모 역의 박명신씨와 숙희 역의 아역배우 박도연양이 특히 돋보인다
괴물 이후 부쩍 자라버린 고아성씨 역시 쉽지 않은 역할을 잘 소화해 내며
전체 영화에서 이야기의 탄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는 이야기가 어중간하게 끝나는 척하면서도 그 자체가 완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입양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진희가 불안한 마음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채
기다리는 양부모에게 걸어가는 모습 한가운데에서 스틸컷이 잡히고 영화는 종료되어 버리지만
그 순간이 부여해 주는 가슴아림은 그 어떤 결말보다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by 이상민 | 2009/12/21 17:00 | 영화 | 트랙백

친구사이?

길지 않은 상영 시간과 영화 스토리의 대부분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경험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약간의 장애 요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사실이지만
25분여의 메이킹 필름과 게이 역할의 어린 배우들을 보는 반대급부로 충분히 상쇄된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조광수 감독의 2번째 연출작이며 20대 게이의 성장담이다
실제로 그 또래의 게이들이 가장 고민할 법한 커밍아웃과 군대 문제를 주요 소재로 삼았으며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기 위해 중간중간 설정 코미디들을 추가하여 재미를 배가시켰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타나는 뮤지컬은 그다지 편안하지는 않지만 거슬리지도 않는
메이킹 필름에서도 언급했던 그냥 감독이 하고 싶은 부분은 연출했구나 하는 정도이지만
그 외의 부분은 꽤나 정교하게 고민하고 연출된 흔적이 역력하다
두 주인공이 손을 잡고 달리는 장면이나 서울광장 키스 장면 같은 경우에는 
다소 전형적이긴 하나 전체적인 흐름에 거슬리지 않는 적절한 수준의 편집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포장마차에서의 대화인데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영화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는 장치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관객과의 인사에 등장한 김조광수 감독은 빨강 바지 덕분인지 나이보다 어려보이긴 했지만
메이크업 없이 촬영된 메이킹 필름에서는 솔직한 나이를 드러내는 외모를 보여준다
두 젊은 배우는 나름 개성을 양분한 채 연기에서도 무대 인사에서도 적절한 수줍음을 보여주는데
영화 출연 경력이 일천했던 배우들치고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석이 역의 이제훈씨는 약간 맹한 듯하면서도 매력적인 미소를 통해
두 게이 커플 사이에서도 여성성을 좀 더 드러내는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by 이상민 | 2009/12/21 15:00 | 영화 | 트랙백

비뚤어질테다 (Drop)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발에서 가장 기대했던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었다
일본의 코미디언 시나가와 히로시의 자전적 소설이 영화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목 자체가 주는 어감에다가 영화의 스틸컷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화로도 출시된 적이 있는 이야기답게 영화는 중간 중간 만화와 영화의 교차 편집을 활용한다
게다가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컷에 나타나는 배경까지도 놀랄 만큼의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히로시의 출발점은 오늘부터 우리는 이라는 만화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공립학교로 전학한 이후의 다양한 태도들은 그 만화와 완벽한 선을 긋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양아치가 되고는 싶지만 선천적으로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히로시가
각종 싸움을 나름대로의 언변이나 상황으로 중재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제법 웃음을 준다

영화가 다소 전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를 비틀어 대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누나의 남자 친구인 히데의 죽음 부분을 상투적으로 끼워넣은 것은 약간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의외로 순진한 구석들이 있는 양아치들의 이야기를 끼워넣어 영화를 구성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특히 이야기가 허전해질 만한 상황에서 주변 어른들을 약간씩 추가한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주인공 히로시 역의 나리미야 히로키는 나나의 노부 역할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차용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와 맞아떨어져 위화감은 없다
그 외의 캐릭터들도 적절한 배치를 통해 영화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by 이상민 | 2009/12/11 21:00 | 영화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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