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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구 (中国海口) 여행

4년반만에 海南岛를 다시 가본다. 2015년 1월 처음으로 한 현지 여행지가 三亚였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언어도 나아지고 중국 인프라에 대한 이해도 늘어난 상황이다. 원래 다시 三亚를 선택할까 생각도 했으나, 저녁에 도착하고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 운행 시간이 좋지 못하여, 대신 안 가본 海口를 선택한다. 한국인에게는 골프특화지구로 포지셔닝 되어 있지만, Staycation을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큰 상관이 없다. 海口에 있는 힐튼 계열 호텔들을 찾아보니 Hilton Meilan이란 이름의 호텔 하나가 눈에 띈다. 정식 이름은 海口鲁能希尔顿酒店인데, 다른 힐튼 호텔과 구별하기 위해 영어 이름에는 美兰을 붙인 듯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위치도 해변가에 자리하고 있어, 이 호텔에 4박을 예약한 후, 비행기 역시 저렴하게 나온 남방항공으로 예약한다.

비행기 시간이 아침 7시 초반이라 새벽부터 집에서 나와 공항 가는 택시를 탄다. 6시에 국내선 공항에 내려 발권을 마친 후 안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대련 공항에도 다이너스 카드가 가능한 라운지가 생겼기에 탑승 전에 잠시 들른다. 가능하다는 두 곳 중에서 탑승구와 가까운 비즈니스 라운지를 가봤는데, 제주공항 KAL 라운지 정도 수준이다. 음료와 커피, 과자나 간식이 준비되어 있지만 식사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비행기는 南京에 잠시 스톱오버를 하고 海口까지 도달한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중간지점에서 내리고 또 그만큼의 고객들이 새로 탄다. 그러다 보니 2번 기내식을 제공한다. 공항에 내리니 1시 초반이다. 무료 픽업 차량이 도착하는 시간이 2시 45분이라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한다. 비가 잠시 쏟아지지만 걱정과는 달리 날씨는 금방 맑아진다. 원래 오기로 한 셔틀 버스 대신 세단이 2대 도착한다. 호텔에서 사전에 알려준 기사 번호는 그대로지만, 다른 차 2대가 대신 온다.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덕분에 세단에 우리 부부만 타고 편안하게 호텔로 도착한다. 호텔로 가는 차량에서 다른 차를 몰고온 컨시어지 직원이 다시 우리에게 전화를 하는 등, 좀 매끄럽지 않은 구석은 있지만, 무료이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흔한 일이라 당연히 감수할 몫이라 생각한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다. 사전에 룸 타입도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해피아워 대신에 저녁 뷔페를 제공한다고 하기에, 금일부터 객실 가격이 더 떨어졌지만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그냥 묵기로 한다. 따져보니 결국 2인 저녁 뷔페 요금보다 저렴한 객실 요금이다. 8층에 방을 배정받고 올라가 본다. 객실은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2인이 묵기에는 적당하고 마침 위치가 한중간이라 수영장을 포함한 호텔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짐을 풀고 라운지에 가본다. 체크인을 할 때 물어봐야 알려줄 만큼 강조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싶다. 넓고 잘 만들어진 공간이나 직원이 없다. 손님도 가뭄에 콩나듯 있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냉장고에 있는 탄산음료를 꺼내 마시는 정도다.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들러 무료 음료로 목이나 축이기에 적당하다.
그 대신 저녁 뷔페가 기대 이상이다. 해피아워를 대체하는 수준이니 음식 몇 가지 정도나 있겠거니 했는데, 엄청나다. 4일 저녁 동안 크게 2가지 컨셉의 요리가 제공되었는데, 처음 이틀은 BBQ 스타일로, 나머지 이틀은 小龙虾와 串 스타일이 메인이다. 그 외에도 각종 게, 참치 연어 등을 포함한 각종 해산물이 매일 기본으로 깔려 있다. 주저하며 물어본 주류 역시 방번호 확인 후에 무료라는 답을 받는다. 원래 해피아워가 주류 무료라지만 일부 호텔의 저녁 뷔페는 주류가 추가 요금이기도 한데,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뒤의 이틀은 扎啤라 불리는 생맥주까지 제공된다.
첫날을 설렁설렁 보낸 후, 같은 식당으로 조식을 먹으러 온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인 고객이다 보니, 서비스 대신에 음식의 종류를 늘린 듯하다. 어제 석식보다 가지수는 좀 줄었지만 그래도 훌륭한 메뉴들이다. 다만 오믈렛이나 에그 베니딕트처럼 손이 가는 음식 대신 달걀 프라이처럼 효율성 높은 음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 때문에 잠시 맑아진 날씨 때문에 무리하게 아침부터 셔틀 버스를 타고 나간다. 전날 문의할 때는 6인승 차량이라 자리가 없었는데, 아침에 확인하니 20인 정도 타는 승합차로 바뀌어 있어 탑승이 가능하다 한다. 셔틀을 타고 日月广场까지 이동한 후 버스를 타고 五公祠로 향한다. 굳이 따지자면 공무원 5명 사당이란 뜻인데, 하이커우로 좌천된 5명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곳으로 하이난 최초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하다. 이덕유(李德裕), 이강(李綱), 이광(李光), 조정(趙鼎), 호전(胡銓) 이렇게 5명인데, 중국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다. 인당 12원의 입장료를 내고 사당에 들어간다. 몇 개의 건축물들이 모여 있지만 통칭 五公祠라 지칭된다. 날이 제법 더워 샅샅이 보진 못하고 동선이 내키는 대로 간단히 본 후에,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라운지에 들러 목을 축이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어린이가 놀기 좋을 법한 인공 모래 수영장을 포함해 서너 개의 풀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 보니, 해변이 있기는 하나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인지 사람은 손꼽을 만큼만 있다. 투명한 벽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다던 수영장은, 기대와는 달리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탁한 아크릴에 갇혀 있는 수중 애완동물을 연상케 한다. 결국 정문을 등지고 좌측에 있는 풀을 중심으로 하여 물놀이를 해본다. 그나마 몇 개의 비치 체어가 물에 살짝 잠기는 구조이고 오후에 자연 그늘도 만들어져 이쪽을 활동무대로 삼는다.
객실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마친 후 다시 셔틀을 타고 骑楼老街로 나간다. 일기예보 때문에 무리하게 일정을 몰아넣은 셈이었는데, 결국 묵는 내내 화창한 날씨로 변한다. 어쨌든 덕분에 셔틀을 타고 老街를 천천히 둘러본다. 처음 들어선 동선은 관광지가 아닌 시장에 가까운 쪽이었는데, 조금 걷다 보니 누가 봐도 관광지인 구역을 발견한다. 차도 없고, 곳곳에 동상이나 조형물이 세워져 있으며, 상점들도 마치 거리를 구성하는 풍경인 듯 잘 녹아 있다. 택시를 타고 오려던 계획은 나가는 동선 앞에 바로 버스가 도착한 관계로 어그러진다.
객실로 올라가는 대신 바로 뷔페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어제와 비슷한 메뉴들이지만 약간의 변주를 준 듯 어제 못 보던 종류의 음식들이 종종 나온다. 어제와 달리 로컬 병맥주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는 임팩트가 약하다. 그래도 훈제 고등어, 칠리 소스 항정상 구이, 양갈비, 새우튀김, 양념갈비, 알이 꽉차고 집게가 작은 몸통게, 연어 등을 배부르게 먹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일출이 살짝 시작되고 있다. 일출을 좀 감상하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10시 20분 셔틀을 타고 나간다. 大润发란 이름의 RT마트에 내려 버스를 타고 电影公社를 갈 셈이었는데, 셔틀이 大润发에 내리지 않고 日月广场까지 바로 간다. 기사가 돌아가는 길에 들러준다고 하여, 한 명의 완전 외국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있는데, 동선이 낯익다 했더니 어제의 五公祠 앞이다. 한참을 컨시어지 직원과 이야기하더니 여기까지 태워주기로 한 모양이다. 大润发보다는 여기가 더 좋은 동선이라 우리도 여기서 함께 내린다. K3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버스를 타고 电影公社 근처까지 도달해 700m 정도를 더 걸어간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여러 종류의 테마로 구성된 공간이 있는데, 각각 가격이 다르다. 날도 덥고 많이 걷기도 했고, 그게 그거일 듯하여 주저하지 않고 가장 유명한 1942街 하나만 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된다.
입장료 구입 후 미니 기차를 타고 입구까지 도착한다. 1942街에 들어가니 영화 세트장에 딱 어울리는 고풍적인 건물들로 가득이다. 히치콕 감독의 39계단 포스터가 있는 영화관도 그렇고, 기본 사진은 무료, 대형 사진은 유료지만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좌측으로 보이는 장소도 그렇다. 날이 더워 진이 좀 빠지긴 해도 곳곳에 걸쳐 있는 풍경들은 옛날 영화에 빠져든 느낌을 준다. 한시간 반 정도 1942街를 둘러본 후에 다른 입구인 南京街 근처에 있던 KFC에 들러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힌다. 다시 미니 기차를 타고 입구에 돌아온 후 제법 걸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온 후, 大润发 근처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돌아온다. 라운지에 들러 음료 한 잔 마신 후 객실에서 방전된 체력을 회복한다.
다시 찾은 저녁 뷔페는 이틀 동안의 BBQ에서, 小龙虾와 串 중심으로 컨셉이 달라져 있다. 민물가재에 해당하는 小龙虾는 까기가 귀찮아 근래에는 굳이 찾아가 먹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있으니 안 먹을 수야 없다. 꼬치에 해당하는 串도 꽤나 다양한 종류가 제공되고 있다. 게다가 오늘부터는 생맥주인 扎啤가 제공된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와서 여유롭게 먹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 小龙虾는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일부 고객들이 바닥이 보일 때까지 쓸어가는지라 꽤나 경쟁이 심한 편이다.
지난 이틀이 비교적 터프한 편이라 마지막 하루는 여유롭게 보내기로 한다. 늦은 아침 식사, 방에서 TV를 보며 여유롭게 휴식, 아침 저녁으로 뷔페에 넘치게 있어서 방치해 두었던 웰컴 과일 중에 망고를 먹고, 수영장에 들러 물에 잠시 몸을 담그고 나온 후 라운지에 들러 음료 한 잔, 다시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저녁 뷔페, 이렇게 하루를 느리고 느긋하게 보낸다. 원래 4박 5일 내내 이럴 셈이었는데 예상외로 1.5일이 바빴을 뿐이다.

일요일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고, 아침 식사 후에 객실로 돌아오니 날씨는 더 맑아져 있다. 어제부터 회사 직원 중 하나가 우리 비행기를 걱정하며 이것저것 확인하곤 했는데 이렇게 청명한 여기 날씨와는 달리 대련은 곳곳에 침수도 있고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출도착 비행기의 취소도 종종 있다 한다. 덕분에 오전 내내 비행기 실시간 운행 앱을 확인한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한 후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한다. 발권을 마치고 탑승구로 이동한 후 국내선 쪽에 있다던 라운지를 찾아보니 특이하게도 보안수속 전에 위치하고 있다 한다. 국내선 공항이 제법 넓어 라운지에 들렀다 여유 있게 왔으면 꽤나 서둘 뻔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다.
잠시 스톱오버한 南京의 날씨는 맑지는 않지만 비가 내리지도 않아 무난하게 대련에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비행 시간 내내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고 시야가 좁아지더니 결국은 대련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부상하고 만다. 곧 날씨 때문에 대련에 내릴 수 없어 심양으로 이동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다들 그렇다면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고 여유롭게 착륙을 기다린다.

영어와 중국어를 병행하던 방송은 위기 상황이 지난 후 안내 타임이 되자 중국어 원채널로 바뀐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나 외국인으로서의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승무원을 불러 외국인임을 인지시키고 다시 설명을 요구한다. 영어 방송 전담 승무원이 와서 상황을 영어로 다시 설명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지금 날씨로서는 보장할 수 없지만 내일 기다려서 비행기를 타거나, 아니면 고속철을 타고 대련으로 돌아간 후 추후에 비용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직원의 안내로 지상 근무 직원이 우리를 특별히 케어하기 위해 대기하긴 했으나, 영어를 잘 못 하는 관계로 앞뒤 설명 없이 이동만 도와준다. 원래 비행기 연착 증명을 받아야 한다 했는데 그 과정 없이 버스에 태우고, 첫 번째 버스가 꽉 차자 별다른 설명 없이 다른 버스에 태우고 해서,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떨게 한다. 게다가 버스 기사는 호텔 이름만 알고 지리를 잘 몰라 가는 길마저 헤맨다.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은 공항 근처 호텔, 기차를 타려는 사람은 기차역과 멀지 않은 시내 근처 호텔에 배정하겠거니 생각했으나, 모든 고객을 太平洋丽晶이란 이름의 호텔로 인도한다. 그나마 한 명의 남방항공 직원이 급히 호출 당한 듯 사복을 입고 와서 대기 중이다. 다시 확인하니, 내일 비행기를 타고 싶다면 프론트 데스크에 이야기를 한 후에 대기하고, 고속철을 타고 가겠다면 알아서 표를 끊고 대련에 도착한 후, 나중에 남방항공에 전화해서 보상을 받으라 한다. 비행기 연착 증명 같은 원래 있어야 할 과정은 모두 생략한 모양이다.

4성급 호텔답게 객실은 나쁘지 않으나 오래 방치된 듯 냄새가 심한 편이다. 밖에 나가 간단한 마실거리를 사고, 호텔 3층에서 세트처럼 제공하는 식사를 打包盒子에 넣어 객실로 돌아온 후 방에서 먹기 시작한다. 음식은 좀 식긴 했지만, 맛이 괜찮은 편이다. 메인으로 제공한 닭강정 비슷한 음식도, 돼지고기도 나쁘지 않고, 반찬으로 제공하던 고사리도 버섯나물도 괜찮다. 적당히 먹고 수면을 취하기로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김에 고속철을 검색해 보니 아침에 제법 좌석들이 많다. 호텔 위치도 沈阳站과 가까운 곳이라 그냥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역으로 이동한 후 7시 12분 기차를 2시간 정도 타고 大连北站에 도착한다. 날씨가 걱정되어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타기로 했는데, 집 근처 역에 내리니 거짓말처럼 비가 멎어 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라 출근 대신 휴가를 내고 급한 일만 집에서 처리하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파란만장한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중국 단동 (中国 丹东) 여행

1년만에 단동땅을 다시 밟는다. 1년 전에 당일치기로 왔을 때는 劳动节의 한복판이라 무질서의 대향연이었으나, 이번 주말의 1박2일 여행은 비수기라 비교적 여유롭다. 단동은 대련북역(大连北站)에서 高铁를 타면 대략 2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데, 기차표는 2등석 기준 108¥ 정도라 지난주 비슷한 시간을 운행했던 沈阳보다 훨씬 저렴하다. 숙소는 힐튼 계열인 단동 힐튼 가든인 호텔을 골랐는데 정식 명칭은 丹东希尔顿花园酒店이다. 이 지역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유일한 글로벌 체인 호텔이다. 위치는 단동역(丹东站)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 9시반에 출발해 12시 조금 못 미쳐 단동역에 내린다. 역에 내리면 보통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모택동 동상인데, 지난번에 구경했으니 가볍게 패스하고 바로 호텔로 이동한다.
쇼핑몰이 있는 건물의 8층부터 호텔이 올라가 있는 특이한 구조인데, 그래서인지 체크인 카운터도 조식당도 모두 8층이다. 특별 프로모션으로 세금 및 서비스 포함 400¥ 조금 넘는 저렴한 비용으로 예약한데다, 사전에 확인한대로 호텔 내에 라운지도 없어 이번 숙박에는 호텔 의존도를 줄이기로 한다. 힐튼 다이아몬드 티어임에도 특별한 객실 업그레이드는 없었으나, 그래도 21층에 압록강을 볼 수 있는 객실을 제공해 준다. 덕분에 객실에서도 강 너머의 북녘땅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작년에 왔을 때는 역, 단교, 북한식당, 그리고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단조로운 동선이었으나, 이번에는 호텔 주변부터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한다. 단동역에서도 그랬지만, 이 지역의 많은 간판들은 한자와 한글을 병행 표기하고 있다. 재외국민의 입맛을 당기는 한식당을 찾아 조금 걷다 보니, 바로 高丽街를 만나는데, 주변에 한식당 및 한국식품점이 넘쳐나도록 많다.
중국에서 흔하지 않은 반가운 돌솥밥집 간판을 발견하고 들어가려다 그래도 당초 예정했던 전주비빔밥집으로 향한다. 낙지돌솥비빔밥과 더덕무침을 주문하고 압록강 맥주 한 병과 막걸리를 곁들인다. 근래에 만나지 못한 정통 한식이다. 양념이 중국식이 아닌 한국식이라 더욱 한국 음식의 느낌이 강하다.
간만에 만족할 만한 식사를 마치고 조금 걸어 압록강 방향으로 나가본다. 강변 공원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현지 어르신들도 있고, 기대만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강을 등지며 사진을 찍고 있다. 특히나 작년과는 달리 날씨가 청명해서 육안으로도 북녘땅이 한눈에 보인다. 중조변경단동압록강(中朝边境丹东鸭绿江)이라고 쓰여 있는 기념 조형물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순서대로 사진을 찍어본다. 이어진 철교과 끊어진 단교가 저 멀리 들어오고, 철교 끝에는 지난번에도 눈에 띄던 흰색 모양의 북한 건물이 있다. 조금 더 걸어 단교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북한을 등지며 사진 몇 장을 남겨본다. 호텔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1원짜리 두 대와 2원짜리 한 대 버스가 근처 정류장에 서는데, 1원짜리인 105번 버스가 호텔 입구 근처까지 간다. 한 정거장 거리라 갈 때처럼 걸어도 되고, 다른 버스를 타도 단동역까지 도달하는지라 뭘 타도 나쁘지 않다. 시간이 넉넉한 우리 부부는 방금 지나간 105번 버스를 기다려 다시 그걸 타고 호텔로 돌아간다.
객실에서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시간에 맞춰 밖으로 다시 나간다. 간만에 넉넉하게 먹은 점심이 걸리지만, 간만에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식 식당들을 놓칠 수는 없다. 아까 눈여겨본 집을 찾아간다. 아까 얼핏 봐서 기억에 강하게 남지 않았던 상호는 하회마을을 중국식으로 표기한 河回里였음을 알고 大宗点评 등으로 검색해 보니 外卖도 제공한다. 外卖 특성상 돌솔밥은 불가능하고 대신 한국의 도시락 전문점에서 볼 법한 메뉴들이 제공되고 있어, 식당으로 바로 가기로 한다. 눈여겨봤던 쌈밥과 전복돌솥밥을 주문하고, 나물 무침을 추가한다. 맥주는 별도로 팔지 않아 막걸리를 곁들인다. 다른 현지인 손님들을 보니 밖에서 맥주를 사와서 먹기도 하는 모양이다. 역시나 가격 대비 훌륭한 한식이 한상 차려져 나온다. 주말마다 한식 먹으러 와야겠다고 아내와 농담을 주고받는다.
소화도 시킬 겸 아까 버스를 타고 왔던 대로를 따라 다시 압록강변으로 나간다. 야경을 꾸미기 좋아하는 중국답게 철교와 단교를 따라 현란한 조명이 색을 변화시키며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때마침 보름달까지 떠서 더욱 운치 있는 그림이 된다. 운행하지 않는 유람선들마저 반짝임에 동참해 야경을 꾸미는 또다른 구경거리가 된다.
아침은 8층에 있는 조식당에서 제공하는데, 식당 제일 안쪽 자리는 철교와 단교를 바라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한식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해서 기대했으나, 오늘 메뉴는 海带汤이라고 불리는 미역국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아, 이것저것 골라 넉넉하게 한 끼를 마친다.
식사 후에는 아내가 궁금해하던 한국식 떡집을 찾아가 본다. 金珠打糕이란 이름의 떡집인데 한국 떡집에서 보일 법한 예쁜 떡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격도 한 팩에 10¥에서 12¥으로 매우 저렴하다. 12시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단동역에 도착해 12시 45분 高铁를 탄다. 2시간 조금 넘어 대련북역에 도착한 후 전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어쩌다 보니 몇 주 연속으로 주말이 계속 바쁘다.

중국 심양 (中国沈阳) 여행

주말을 낀 3일짜리 단오절(端午节) 연휴를 맞아 5년만에 심양(沈阳)에 다시 가기로 한다. 대련에서 심양까지는 高铁로 2시간 조금 넘는다. 9시반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7시반에 집에서 출발하여 대련북역(大连北站)까지 지하철로 이동한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여권으로는 자동 발권을 할 수 없기에, 연휴 첫날의 혼잡을 걱정한 아내가 며칠 전에 미리 기차표를 받아왔는데,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종점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몇 차례 역에 정차한 끝에 심양역(沈阳站)에 도착한다. 밖에 나오니 주변이 조금씩 기억이 난다. 택시를 타고 五爱市场 근처에 있는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선양 호텔(沈阳希尔顿逸林酒店)로 이동한다. 체크인을 하면서 라운지 사용을 문의했더니 마침 端午节 행사가 있어 금일은 라운지 문을 닫고, 대신 1층 로비 라운지에서 6시부터 8시까지 해피아워를 운영한다고 한다. 더블트리 특색이라는 웰컴 쿠키를 들고 17층 Executive Room으로 이동한다. 객실은 잘 꾸며진 비즈니스 호텔 느낌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 TV도 침구도 공간 구조도 적당하다. 이 가격으로 1 Stay를 찍으니 가성비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잠시 쉬다가 沈阳故宫을 향해 나가본다. 호텔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3정거장 정도 지나니 고궁 입구에 도착한다. 60¥짜리 입장권을 사서 고궁을 여유 있게 둘러본다. 처음에는 고궁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던 아내도, 조금씩 익숙한 건축물들을 보며 왔던 기억을 되찾기 시작한다.
1시간 가량 고궁을 관람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객실로 들어가기 전에 로비 라운드에 들러 라운지 대신 무료 음료가 가능한지 문의하니 캔음료, 차, 커피 등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음을 따로 부탁하여 캔음료를 마신 후, 객실에 올라가 쉬다가 6시경에 다시 내려와 본다. 주류가 추가되고, 아까 눈여겨본 공간에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아내와 감탄하며 퀵비어를 이어간다.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보기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난 후 호텔 1층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 병을 추가로 사서 객실로 올라간다.
아침은 8층 조식당에서 제공하는데, 생각보다는 많은 종류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역시나 전날 경험했듯 나쁘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다만 직원의 서비스가 좀 다르다. 특별한 자리 안내도 없고, 필요한 음료를 묻지도 않으며, 먹은 접시 역시 사람이 빠져나가야만 치우기 시작한다. 서비스 과정에서 나타나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줄이는 호텔의 정책이라면 충분히 존중할 용의가 있다. 오믈렛 역시 바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진 것을 접시에 올려준다. 전반적으로는 서비스보다 효율성이 우선이란 생각이 든다.
체크아웃 전에 어제 문을 닫았던 라운지를 구경하러 가본다. Executive Lounge를 의미하는 行政酒廊이란 단어를 여기서 또 배운다. 직원 한 명이 대기하고 있던 이 라운지는 생각보다 넓고, 손님이 거의 없다. 그냥 궁금하여 올라온 것이었기에, 차 한 잔 주문하여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객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선양 호텔과 힐튼 선양 호텔(沈阳世茂希尔顿酒店)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오전에 잠시 뿌리던 비도 그치고 날도 적당하여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다. 종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현지인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계속 아무렇게나 모여들어 개판오분전이 된다. 더욱이 버스는 원래 정류장이 있는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고, 큰길에서 클랙슨 한 번 울리고, 엉망으로 기다리던 사람들 역시 그쪽으로 뛰어가 탑승하느라 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큰길가로 걸어 나가 다른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지나 힐튼 선양에 도착한다. 사전에 객실 선택이 포함된 온라인 체크인도 완료했고 조금 이른 12시반경에 도착한지라, 객실이 준비되지 않으면 라운지에서 기다리려 했는데, 객실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명감을 가진 듯한 직원이 여기저기를 번쩍거리며 뛰어다니더니 마침내 최상위층 객실을 배정해 준다. 객실은 크진 않지만 잘 정돈되어 있고, 무엇보다 맞은편에 있는 공원과 도서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굳이 야경을 보러 나갈 필요 없이 객실에서 하는 간접 체험으로도 충분하다.
예측하기 힘든 날씨인지라 잠깐 날이 갠 틈을 타서 공원으로 나가본다. 科普公园이란 이름의 이 공원은 곳곳에 그늘이 많아 가족 단위로 잠시 산책하러 오기 좋게 생겼다. 동상을 지나 연날리기 가족을 등지고 호수 한 바퀴 돌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객실 올라가기 전에 19층에 있는 라운지에 들렀는데, 여기는 별도의 애프터눈티 정책이 없어 해피아워 전까지는 별다른 먹거리가 없다. 손님 역시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아이스커피를 어렵사리 부탁하여, 쿠키 몇 조각을 곁들여 마신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도 그냥 힐튼도 특이하게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니 난감해 한다. 주방에 얼음도 있고, 별도의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몇 곳에서는 못 한다고 하고, 여기서는 유리잔이 아닌 커피잔에 얼음 몇 덩이 떨어뜨려 가져오니, 괜한 걸 시켰나 싶기도 하다. 객실에 올라오니, 웰컴 과일이 준비되어 있다. 야구를 좀 보다 6시 조금 넘어 다시 19층 라운지로 내려간다. 10여분 정도 늦었을 뿐인데, 아까와는 달리 대부분의 좌석이 채워져 있다. 아까 텅 비었던 곳이 제법 이런저런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 애프터눈티 시간에 나왔어야 할 법한 각종 케이크도 있고, 와인, 양주, 맥주 등이 다른 음료와 함께 세팅되어 있으며, 핫 푸드도 여러 개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일본풍의 닭꼬치는 밖으로 나갈까 말까 하던 우리를 그냥 여기 주저앉힌 계기가 된다.
다음날 아침은 라운지 대신 3층에 위치한 조식당을 간다. 좌석을 안내 받은 후 음료를 물어보고 나서, 직원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 하나를 조용히 테이블에 놓고 간다. 카드에는 다이아몬드 회원이란 표시가 있어, 이를 보고 직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는 듯하다. 식당은 넓은 듯하지만 막상 먹고픈 음식은 많지 않다. 그래도 탕면이 맛있고 여러가지 먹거리들도 있어 한끼 식사로는 충분하다.
12시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직원에게 택시를 부탁해 심양역까지 이동한다. 같은 노선의 기차가 한 시간에 몇 대씩 있다 보니 생각만큼 인파에 시달리진 않는다. 그래도 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입석 손님들이 종종 눈에 띈다. 2시간 조금 넘게 달려 대련역에 도착한 후,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다. 짧은 심양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대련콘래드호텔 (大连康莱德酒店) 대련호텔

콘래드와 힐튼 두 곳의 예약을 걸어놓고 고민하다 이번 주말은 콘래드를 선택한다. 회사 계약호텔 유무 조건에 따라 가격 차이는 2배 정도지만, 마침 이번 주말 객실 요금이 다른 주말보다 조금 저렴하게 나왔고, 힐튼과 마찬가지로 콘래드 역시 3일 전에 미리 객실 업그레이드를 메일로 통보했기에, 힐튼을 다음주로 미루고 이번주는 콘래드를 가기로 한다.

집에서 출발하는 1¥짜리 16번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한다. 대련의 콘래드와 힐튼은 언제나 봐도 재미난 구조이다. 같은 건물을 별도의 로비가 공유하고 있으며, 25층까지는 힐튼이 26층부터는 콘래드가 이용한다. 아침에 모바일 앱에서 원하던 36층 객실 선택이 안 되어 미리 메일로 요청했는데, 도착할 때 정도에 확인해 보니 100% 오션뷰인 해당 룸으로 변경되어 있다. 1시경에 도착해 1층에서 체크인을 하자, 사전에 요청한 객실이 체크아웃은 했으나 아직 정리 중이라며, 임시로 다른 객실을 받을지 여부를 문의한다. 어차피 조금 일찍 와서 라운지에서 기다릴 예정이었기에 라운지에서 대기하겠다고 하자, 힐튼과는 달리 직원이 라운지까지 직접 데리고 올라온다. 아이스커피를 같이 나온 쿠키와 함께 마시며 한 시간 조금 못 미치게 아내와 담소를 나누다 보니, 직원이 룸이 준비가 되었다며 키를 제공해 준다. 전체적인 서비스 레벨은 힐튼보다 콘래드가 확실히 높다.
객실에 도착해 보니 라운지와 마찬가지로 대극장(大剧场)이 바로 보이는 구조다. 모바일 앱의 도면상으로도 그렇지만 객실 크기는 힐튼과 비슷하다. 하지만 TV 인치, 욕실 보조 TV, 화장실 비데, 세면대 금장, 가구 구조 및 배치, 4병의 생수, 어매니티, 하다못해 객실 슬리퍼 주머니까지 힐튼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활용하진 않았지만 다림질 서비스도 힐튼은 2장인데 비해, 4장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방에는 미리 준비된 웰컴 과일이 대기하고 있는데, 힐튼에는 없었던 망고가 추가되어 있다.
3시 조금 넘어 다시 라운지로 향한다. 제공되는 메뉴는 힐튼과 거의 같아, 모두 지난주에 먹어본 것들이다. 주문할 수 있는 차 종류가 조금 다양한 것과, 과일에 망고가 추가로 있는 것 정도만 다르다. 티 스탠드 대신 이것저것 먹거리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게 스시와 생굴이 제공되는 것도 힐튼과 비슷하다.
간단히 이것저것 먹어본 후 대극장 뒤쪽으로 나가본다. 지난주에 없었던 조형물이 하나 있어 구경하기도 하고, 위에서 바라보며 늘 궁금했던 전동차 운행 여부를 확인해 보기도 한다. 시간당 60¥ 정도면 2인승 전동차를 타고 베니스라 불리는 동방수성까지 이동할 수 있을 듯하다. 주변에 편의점이 없지만, 대신 가판대에서 간단한 음료와 맥주를 살 수 있는데, 독일맥주 가격이 10¥였으니, 마트 대비 그리 비싸지도 않다. 38층에서는 낮게 나는 것처럼 보였던 새들이 나름 사람 키 이상으로 날아다닌다는 것도 확인한다.
객실에서 샤오미 박스에 깔린 앱으로 야구를 좀 보다가, 7시경에 다시 라운지로 이동한다. 해피아워 시간은 힐튼과 마찬가지로 6시부터 8시반까지인데, 친절한 라운지 직원이 분수쇼를 시작했다며 꼭 보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기에 일부러 느즈막히 가본다. 저녁 메뉴 역시 힐튼과 동일하다. 주류를 제외하면 애프터눈티 시간에 제공하던 동일 메뉴에 벌집모양 감자튀김과 미니 피자빵이 추가된 정도다. 이쪽 라운지의 상징과도 같은 생굴 역시 넉넉하진 않지만 주방에서 준비가 되는대로 자주 깔아준다. 지난주 힐튼과는 달리 생굴 킬러 손님이 없어 치열한 경쟁 없이도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다. 다음주 힐튼에 다시 올 때는 초고추장이라도 싸와야겠다며 아내와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간단한 먹거리와 함께 맥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8시 15분에 분수쇼가 시작된다. 5년 전에 직원 차를 타고 와서 한 번 본 이후로 처음인데, 30층 이상의 높이에서 보는 맛은 조금 다르다. 라운지 조명이 비쳐 사진에 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나중에 객실로 돌아와 등을 모두 끄고 나서야 그럭저럭 쓸 만한 사진이 나온다. 분수쇼는 생각보다 길게, 거의 2시간을 진행해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다.
다음날 조식 역시 라운지로 올라간다. 콘래드의 경우 라운지와 힐튼과 공유하는 1층 조식당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라운지의 경우 조식 시간이 30분 정도 더 연장되어 주말의 경우 11시까지 가능하다. 지난 주 가본 1층 조식당에 임팩트가 별로 없었기에 라운지로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샐러드, 해시브라운 및 만두튀김, 각종 빵에 스시와 연어도 있고, 볶음밥도 있다. 무엇보다 자리에 메뉴판이 있어 주문할 수도 있는데, 계란의 경우 프라이, 삶은 계란, 오믈렛, 에그 베네딕트 등을 주문할 수 있고, 팬케이크, 토스트, 와플 등의 캐주얼한 음식에, 精选大连汤面이란 이름의 무난한 탕도 있다. 굳이 종류를 따지자면 1층 메뉴가 더 많겠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이다.
11시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1¥짜리 16번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이번주 1000¥의 사치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역시나 12시경에 집에 돌아오다 보니, 긴 일요일 오후 내내 다시 휴식으로 충전한다.

대련힐튼호텔 (大连富力希尔顿酒店) 대련호텔

임시 힐튼 다이아몬드 자격 덕분에 주말에 종종 휴식만을 목적으로 힐튼이나 콘래드를 가기로 한다. 기업코드로 구매하면 500¥ 미만의 비용인데, 숙박이야 사실 불필요해도 이 가격에 애프터눈티, 해피아워, 조식이 모두 포함되면 다른 이야기다. 보통 주말에 먹거리로만 사용하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토요일 아침 일찍 호텔 근처에서 하는 회사 활동에 잠깐 얼굴을 비출까도 생각했으나 도보대회 덕분에 대중 교통이 통제되어, 그냥 12시 경까지 가기로 한다. 1¥짜리 버스를 타고 20여분 이동해, 호텔 근처에 정류장에서 내려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니 금방 도착한다. 5.5년전 우리가 이 도시에 처음에 왔을 때 8일 동안 묵었던 호텔이 바로 여기였는데, 그 때만 해도 万达란 이름을 달고 있었으나, 어느새 富力로 변경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식 이름은 大连富力希尔顿酒店이다. 한국에서 지인들이 방문하면 주로 힐튼이나 인터컨티넨탈에 방을 잡아주기에, 로비, 객실, 라운지 등에 종종 들른 적은 있지만, 막상 우리의 숙박을 목적으로 온 건 그 때 이후 처음이다. 그간 그럴 니즈가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사전에 안내 받은 대로 25층 라운지로 올라가 체크인을 마친다. 12시 넘은 시간이라 직원 한 명만 대기할 뿐 아무도 없다. 금방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이동하기 전에 라운지에서 잠시 쉬다 가기로 한다. 구비된 쿠키와 함께 아이스커피 한 잔씩 마시며, 바다를 포함한 외관을 느긋하게 바라본다.
객실은 21층부터 25층까지 Executive Room이라고 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방 사이즈는 일반 객실 타입의 코너룸보다 작다. 직전의 숙박에서 지나치게 넓은 객실에 충분히 질린지라 이 정도 사이즈가 딱 좋다. 원래 배정되었던 완전 오션뷰보다 건물과 함께 보이는 오션뷰로 변경되긴 했으나, 달랑 하루 숙박이고, 앞으로 주말에 호캉스 개념으로 종종 오기로 결정한지라 크게 룸 타입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다.
3시 이후에 제공하는 애프터눈티의 경우 컨셉은 좀 종잡을 수 없지만 기대 이상이다. 지난번 금석탄 힐튼에서 본 이름만 붙은 애프터눈티는 아니다. 상시로 놓여 있던 먹거리를 제외하고, 나초, 과일, 각종 치즈, 샌드위치, 도넛 등이 있고, 무엇보다 생굴이 놓여져 있다. 해산물 부페의 대게처럼 일정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깔아놓고 가곤 한다. 차 종류로는 녹차와 홍차 중에서 선택 가능하고, 그 외의 일반 음료들은 별도의 병에 준비된 생과일 음료, 코코넛 등이 있으며, 일반적인 탄산이나 진저 애일도 냉장고 안에 준비되어 있다.
해피아워는 애프터눈티와 큰 차이가 없다. 벌집모양 감자튀김과 미니 피자빵 정도가 추가로 제공될 뿐 나머지 메뉴는 애프터눈티와 대동소이하다. 주류는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맥주, 일부 양주가 제공되지만 칵테일을 만들어주거나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특이하게도 해피아워 시간에도 생굴을 제공한다.

다음날 조식은 메뉴가 다양하긴 하나 역시 컨셉이 좀 불분명하다. 입구에 있는 베이커리는 유료로 판매하는 케이크와 확연히 구별되는 빵을 제공하고, 중간의 중식 코너는 역시나 현지인들을 겨냥한 듯 보이며, 양식 코너는 베이컨, 오믈렛, 소시지 등을 제외하면 특이한 음식은 없다. 일식 코너에는 肉松이 포함된 김밥류와 곤약만 남아 있는 오뎅탕이 있어, 정확한 국적을 알 수 없게 만든다. The Square란 이름의 이 조식당은 콘래드와 힐튼이 공용으로 사용함에도 고급스러움이 좀 부족한 느낌이다.
객실에서 대련항도 보이는데, 저 멀리 익숙한 모양의 배가 한 척 대기하고 있다. 코스타 세레나호인데 여기서 출발해 일본 등지를 도는 코스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객실에서 잠시 TV를 보다 11시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온다. 새벽에 내린 비로 안개가 심한 편이다. 300 미터 정도 천천히 걸어 집에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돌아온다. 이동에 비용도 시간도 허비하지 않으니, 피로감이 없는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덕분에 일요일 오후를 온전히 추가 휴식으로 채운다.

태국 치앙마이 (Thailand Chiang Mai) 여행

예정에 없던 여행 일정을 잡은 것은 중국 정부에서 노동절 휴가를 조절했기 때문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원래 수요일 하루였던 공휴일이 목금까지 연장된 대신 노동절 직전의 일요일과 직후의 일요일을 근무일로 변경한 것이다. 발표 당일에야 정보를 얻은 덕분에 중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값이 급등했으나, 잠시 치앙마이행 KAL 가격이 내려간 틈을 타서 일요일 출발, 일요일 도착 일정으로 비행기를 예매한다. 덕분에 앞뒤의 일요일 포함 4일의 휴가를 내고, 8박9일의 일정을 만들어낸다. 숙소는 IHG의 유일한 치앙마이 호텔인 홀리데이인을 예약한다. 2박을 하면 3박째 공짜 숙박을 제공하던 Thailand Free Night으로 6박을 예약하고, 회사 기업코드로 1박을 추가한다. 또다른 기업코드 대상 호텔인 샹그릴라를 끼워넣을까 했으나 이래저래 여의치 않아 그냥 7일을 한 호텔에서 지내기로 한다.

보통 1시간 반 전에 공항을 도착하나, 이번에는 라운지도 이용할 겸 넉넉하게 2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 대련공항 대한항공 카운터는 2시간 전에야 오픈한다. 그래도 모닝캄 라인에서 1등으로 수속을 마친 덕분에 비교적 장거리인 인천-치앙마이 구간을 비상구 좌석으로 변경한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KAL 로고가 있던 퍼스트 라운지를 진입하려 했으나 대한항공 모닝캄 자격으로는 국내, 미국, 일본만 가능하다 하여 1차 실패, 초상은행 귀빈카드로 남방항공 라운지를 이용하려 했으나 국내선만 가능하다 하여 또 실패, 결국 드래곤패스가 되는 SPR Coffee라는 식당을 찾아가 포인트를 차감한 후 세트메뉴를 먹고 비행기를 탑승한다.
1시간 30분의 짧은 환승 시간이라 인천공항에서는 서점과 면세점 한 곳만 들른 후에 라운지 L에 들러 간단히 음료와 간식을 먹고 다시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탄다. 라운지L과 치앙마이 게이트가 지척이라 다행히 30분 정도 머무를 시간은 마련이 된다. 5시간 반 정도 비행기를 타고 10시가 못 되어 치앙마이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 입국심사를 마친다. 유심도 미리 淘宝에서 구매를 한 터라 호텔로 택시를 타고 이동만 하면 된다. 국내선 앞의 택시 게이트에서는 300฿를 부르던 택시요금은 왼쪽으로 한참 걸어 국내선 입구로 이동하니 정상가인 150฿로 나타난다. 기다림 없이 바로 대기하던 택시를 타고 10여분을 이동한 끝에 숙소인 Holiday Inn Chiang Mai에 도착한다.
Thailand Free Night 때문에 예약 번호가 2개인데, 첫날의 숙소는 일반룸 중에서 가장 고급인 Executive River View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고, 나머지 6박의 예약은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객실인 Ping Rive Suite Room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 프로모션으로 1박당 40$ 정도 되는 비용으로 예약했기에 호텔측에 조금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다만 호텔측에서 2개의 예약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방배정까지 완료한 상태라, 첫날은 강이 보이는 고층 Executive Room에 숙박한 후 다음날부터 스위트룸으로 옮기기로 한다. 체크인을 마친 시간이 자정에 가깝고 또 다음날 객실 이동의 예정도 있기에 첫날은 간단히 샤워만 마친 후 바로 잠든다.

첫날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다음날 아침 호텔 주변을 좀 돌아본다. 지척에 편의점, 테스코 로터스 익스프레스, 베이커리, 세탁소, 로컬 식당 등이 있음을 확인한다. 테스코에서 음료를 사고 객실로 돌아온 후 잠시 쉬다 점심 시간에 맞춰 반대쪽으로 가보니 현지인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는 Supattra라는 이름의 로컬 식당이 하나 있어 거길 들어간다. 모닝글로리, 파타이, 계란 볶음밥과 태국에서 즐겨 마시던 Chang 맥주를 시켰는데, 대충 들어간 집 치고는 음식이 입맛에 딱 맞는다. 맥주와 생수 포함 250฿에 3개의 요리를 시켜 넉넉하게 먹고 객실로 돌아온다. 그나마 주인의 실수로 식사 하나가 누락되어 50฿ 덜 낼 뻔한 것을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곰곰이 따진 후 돌려주기까지 한다.
돌아와 간단히 짐을 정리한 후 새로운 방을 받으러 체크인 카운터로 내려간다. 어제의 긴 커뮤니케이션이 무색하게 새로운 담당자에는 인수인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여러 사정을 설명하고 어제 이야기와는 달리 하루 숙박비를 먼저 지불한 후, 새로운 방을 배정받는다. 어제의 고층 객실과는 달리 저층이지만 스위트룸인지라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고, 화장실도 2개의 문을 통해 각각 침실과 거실에 연결되어 있다. 특히 쇼파를 포함한 의자와 탁자들이 곳곳에 있다 보니, 사람을 하나씩 의자에 앉히면 20명도 동시에 앉겠다 싶다. 끝방이다 보니 거실 창문과 침실 창문을 통해 강이 바로 보인다.
객실에서 서너 시간 휴식을 취한 후 호텔 무료 셔틀을 타고 선데이 마켓으로 이동한다. 다만 차량이 일반 승합차가 아닌 썽태우(สองแถว) 스타일이다 보니 에어컨도 없고, 뒷자리에 최대 10명이 마주보고 나란히 앉아 가야 하는 구조다. 15분 정도를 타고 가니 구글의 선데이 마켓 위치와는 달리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 손님들을 내려주고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알고 보니 올드마켓이 선데이 마켓의 시작점이다. 안쪽으로 들어가 여러 노점들을 구경한 후, 저녁 식사를 위해 구글맵에서 안내하는 가까운 식당을 하나 찾아간다. Kanjana라는 이름의 태국식 식당은 낮에 들른 숙소 근처의 로컬 식당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절대적인 가격은 결코 비싸지 않다. 치킨윙과 주인의 추천인 독특한 식감의 면, 모닝글로리를 맥주와 함께 주문한다. 오늘 들른 2개의 식당 모두 합격이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천천히 들어온 길을 거슬러 입구로 돌아온다. 재미난 것들을 많이 팔지만 실용적이지 않거나 가져가기 힘든 제품들이 많아 20฿짜리 파우치 하나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눈으로만 즐긴다. 입구로 나와 그랩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아내 이름으로 신규 가입했기에 최초 탑승 시에 50฿를 할인해 주는 쿠폰을 사용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까지 돌아온다. 호텔 지척에 있는 2개의 편의점 중 한 곳에서만 주류를 팔기에, 그 지점을 들러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구매한 후 객실로 돌아온다.
다음날 아침 1층에 있는 조식당에 들러보니 별로 손이 가는 음식은 없다. Thailand Free Night 프로모션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기에 앞으로 6번의 식사는 호텔에서 해야 한다. 빵, 오믈렛, 국수, 과일 등 있어야 할 최소한의 음식은 있으나 여러 번 먹고 싶을 만큼 임팩트 있는 메뉴는 없다.
오후에는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타고 센트럴 에어포트 플라자에 간다. 역시나 썽태우(สองแถว) 스타일의 차량이다. 쇼핑몰에 도착해 회원카드를 만드니 드라이 망고와 음료 쿠폰을 준다. 쇼핑몰을 살펴봤지만 별로 눈에 띄는 곳은 없어, 아내용 티 2개를 산 후, 다시 센트럴 페스트발 플라자로 이동하는 셔틀을 타본다. 빡빡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항에서 내리고 우리 부부를 포함해 몇 명만 쇼핑몰까지 이동한다. 쇼핑몰에 들어가자마자 1층에 반가운 가게가 있다. 한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콜드스톤이다.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천천히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나라야에 들러 여행용 가방을 사고, 매대 매장의 와코루도 들러 택스 리펀을 받을 만큼의 아이템을 구매한다.
백화점 4층에 들러 택스리펀을 처리한 후 동선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간장게장을 연상시키는 음식과 태국식 샐러드를 주문하고 맥주를 곁들인다. 둘 다 썩 입맛에 맞지 않는, 간만에 실패한 음식 주문이다. 식사를 마친 후 지하에 있는 수퍼마켓에 들러 맥주와 몇몇 음식을 산 후 그랩을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센트럴 페스티벌 전용 60฿ 할인권을 적용하니 반값이 된다.
다음날은 식사 후 오전 중에 수영장에 나가본다. 사람이 거의 없어 어른용 풀장과 어린이용 풀장의 경계에서 들락날락하기도 하고 베드에 누워 책을 읽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영장에서 한 시간 남짓 있다가 같은 층에 있는 사우나도 들러본다. 탕은 없지만 스팀 사우나와 건식 사우나가 있어 피로를 풀기엔 적당하다.
사우나 후 허기를 느껴 첫날 들렸던 로컬 식당을 다시 방문한다. 치킨과 해산물 요리에 맥주를 곁들여 가벼운 식사를 한다. 역시나 우리 입맛에 딱 맞는다. 게다가 가격도 330฿로 저렴하다.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7시 출발하는 셔틀을 타고 나이트마켓을 가본다. 원래 7시 출발 셔틀이 만차라 7시반을 예약했으나 다행히도 4명 가족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운 좋게 셔틀을 탄다. 15분 정도 걸려 나이트마켓 초입로에 도착한 후 안으로 들어간다. 재미난 물건은 많지만 역시나 딱 사고픈 물건은 많지 않다. 30여분 나이트 마켓을 구경하고 달랑 100฿로 마그넷 3개를 산다. 나오는 길에 BigC 마켓에 들러 간단한 먹거리들을 사고 다시 8시15분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고 객실로 돌아온다.
다음날은 조식 후 10시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고 님만해민(Nimman Haemin)에 간다. 올드타운에 들렀다 40분 정도 걸려 님만해민에 도착한다. 셔틀이 내리는 곳에 자리한 원 님만(One Minman)이란 쇼핑몰에 들어가본다. 한 번 들어가면 중간에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미로와 같은 구조이다. 일종의 편집숍 같은 구조인데,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도 종종 섞여 있다. 내쇼날 지오그래픽에서 파는 가방 2개를 사고 마야몰로 이동해 본다. 지하에 있는 차트라뮤(Chatramue)에 들러 타이 밀크티를 마시고 나서, 비스트 버거 근처에 있는 님만하우스 타이마사지에 들러 발마사지를 받는다. 2인 커플 요금이 1시간에 450฿라서 가볍게 마사지를 받고 팁을 약간 주고 나온다. 마사지 전에 생수도 주고, 마사지 후에 차도 제공하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성비가 높은 수준이다.
마사지 후 근처에 있는 비스트 버거에 들른다. 치앙마이에서 유명하다는 버거 하우스 중 하나이다. 가격은 약간 높은 감이 있지만 맛은 충분하다. 버거 가격에 감자튀김은 포함이지만 음료는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캔음료이긴 하나 얼음이 별도로 제공되어 캔 사이즈에 비해 크게 부족하진 않다. 테이크아웃도 고민했으나 그냥 먹고 가기로 하고, 오리지널과 버섯 버거를 주문한다. 다시 한참을 걸어 셔틀을 타는 곳으로 돌아온다. 3시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고 한참을 달려 호텔에 돌아온다.
다음날 조식 후 잠시 휴식을 취하다 센트럴 페스티발까지 그랩을 타고 간다. 60฿ 할인권은 4월말까지만 사용 가능하지만 대신 50฿ 할인권이 새로 생겨 그걸 적용하니 얼마 안 되는 가격으로 온다. 한국이나 중국보다 저렴한 유니클로에서 옷을 약간 사고, 지하에 있는 센트럴 푸드홀에 들러 중국에 가져갈 각종 소스를 산다. 다시 그랩을 타고 호텔에 돌아온 후 잠시 휴식을 취하다 저녁 식사를 하러 주변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가 본다. 강을 건너 오른쪽으로 좀 걷다 보니, 지나가다 자주 봤던 고기라는 이름의 한식당을 발견한다. 삼겹살, 항정살, 김치찌개 등을 맥주와 함께 주문한다. 간만에 쌀밥까지 넉넉하게 먹고 850฿를 지불한 후, 그랩을 타고 돌아온다.
다음날 조식 후 호텔 셔틀을 타고 올드타운을 가본다. 입구에 있는 Boots 매장에서 직원들 기념품을 사려 했으나, 재고가 부족하여 실패, 올드 타운 내부에 있는 매장에 다시 들렀으나 여기도 재고가 부족하여 다시 실패, 한시간 공치고 그랩을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저녁 시간에 반일 관광을 예약한지라 출발지인 한인여행사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한다. 그랩을 타고 통템토(Tong Tem Toh)란 이름의 식당에 내리니 어정쩡한 시간임에도 손님이 제법 있다. 사람들이 많이 주문한다는 곱창구이와 목살구이를 주문하고 야채를 하나 곁들인다. 맥주는 5시 이후에 주문 가능하다 하여 호텔에서 가져간 생수로 음료를 대신한다. 그냥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긴 하지만 굳이 찾아가 줄까지 서 가며 먹을 수준은 아니다. 가격은 저렴하고 그랩 할인 코드도 제공하지만 대신 얼음도 사이즈별로 판매하고 맥주 가격이 메뉴 가격대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다.
지척에 있는 한인여행사에서 대기하다 보니 투어용 밴이 도착한다. 한국인은 없고, 중국인 다수와 인도인, 서양인들이 섞여 있다. 인당 600฿의 비용을 내고 신청했는데 왓우몽(Wat Umong)과 도이수텝(Doi Suthep)을 들러주는 일정이다. 왓우몽은 무료지만 도이수텝은 입장료가 인당 30฿인데 그 비용 역시 포함되어 있다.

관광객 픽업을 다 마치고 잠시 달려 왓우몽(Wat Umong)에 도착한다. 초입로에서 잠시 위로 걷다 보면 그 유명한 동굴 사원이 나온다. 동굴 안 곳곳에는 큰 부처상이 있고, 통로마다 간혹 작은 부처상들도 숨겨져 있다. 동굴을 관통해 뒤로 나가면 유명한 탑이 하나 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싱하 맥주에 나오는 로고가 이 탑에서 따왔다 한다.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3번 탑돌이를 권하고, 서양인들은 호기심에, 우리를 제외한 동양인들은 신앙심에 탑돌이를 시작한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초입로에 있던 재미난 원숭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가이드가 다시 해준다.
다시 밴을 타고 도이수텝(Doi Suthep)으로 이동한다. 직선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지만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구조라 거리는 제법 된다. 가는 동선에 있던 치앙마이 대학을 관통하여 이동한다. 도이수텝에 내려 가이드는 관광객들과 함께 도보로 이동하고, 우리 부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로 한다. 관광 상품에 입장료 포함이고 두 동선의 매표소가 다르기에, 우리가 직접 표를 구매한다. 입장료는 인당 30฿이고 엘리베이터 탑승 비용은 인당 20฿이다. 2대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도보로 올라온 관광객들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정상에 도착한다. 올라가자마자 가이드를 만나 입장료 30฿를 돌려받는다. 곳곳이 잘 꾸며진 도이수텝은 종교와 왕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여러가지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일부 공간에서는 치앙마이 전체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게끔 꾸며져 있다. 그래도 하일라이트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금색 탑과 그 주위의 공간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일부는 진짜 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한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밴을 타고 치앙마이 시내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시내 번화가에서 내리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호텔에 도착한다. 오늘이 치앙마이 마지막 밤이라 바로 밖으로 나가 자주 가던 로컬 식당을 다시 방문한다. 아까 가이드 때문인지 싱하 맥주가 당겨 맥주 몇 병과 소소한 안주거리를 주문한다. 캐슈넛이 포함된 닭요리만 식재료에서 약간 냄새가 나서 절반 정도 남겼지만 다른 안주들은 역시나 입맛을 당긴다. 특히 삼겹살 숯불구이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요리는 아까 들렀던 통템토의 음식들보다 더 낫다.
다음날 조식을 먹고 나서 리셉션에 들러 저녁 8시 셔틀버스를 예약한다. 어제 방청소가 안 되어 있어 컴플레인을 했던 로그가 남아 있는지 셔틀버스 예약을 도와주던 직원이 레이트 체크아웃을 제안한다. 원래 IHG 플래티늄 회원으로 4시까지 보장되었던 체크아웃 시간이 덕분에 8시까지로 늘어난다. 객실에서 쉬다 오후 2시경에 마사지를 받으러 나간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마사지숍인 789라는 곳에 들러 발마사지와 타이 마사지를 각각 1시간씩 받는다. 내부 시설은 고급스럽진 않지만 마사지사들의 실력이 나쁘지 않아, 그간 쌓인 피로를 말끔히 풀어낸다. 2시간 서비스 비용으로 900฿를 지불하고 약간의 팁을 얹어준다.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8시 직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한다. 어쩌나 보니 현금이 많이 남아 간만에 현금으로 호텔 비용을 지불한다. 어제 저녁 해프닝의 여파인지 인당 120฿의 공항 셔틀 비용 역시 무료로 제공한다. 다른 손님이 없어 9인승 밴을 독점하며 공항으로 이동한다.
택스리펀 도장을 받은 후 체크인 카운터로 이동한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비상구 좌석으로 자리를 변경한다. 출국 심사를 마친 후 택스리펀 카운터로 이동해 도장 받은 서류를 제출하고 400฿의 현금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나서 바로 옆에 있는 Coral 라운지로 이동해 간단한 요기를 한다. 우리가 들어갈 때만 해도 한산하던 라운지는 1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 자리가 꽉 찬다. 맥주와 다양한 음료가 제공되고, 일부 음식은 가열 처리를 요구할 수 있으며, 특히 푸딩 종류가 다양하다.
탑승 전에 직원들 기념품을 사러 면세점을 둘러봤으나 푸켓이나 방콕 공항과는 달리 허술하기 짝이 없고 가격도 시내보다 비싸다. 결국 당초 구매하려 했던 솝앤글로리 바디로션은 못 사고, 편집숍처럼 이것저것 파는 소박한 가게에서 야돔을 겨우 산 후 탑승을 한다. 그래도 비상구쪽 자리라 비교적 편안하게 인천공항까지 도착한다. 예정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한지라 트랜스퍼 카운터를 통과하고 마티나 라운지에 도착한 시간이 6시50분이다. 10여분 정도 기다린 후 KB 플래티늄 카드를 이용해 라운지에 입장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다른 손님들은 잘 차려진 음식이 목적이겠지만, 밤비행기를 타고 온 우리 부부는 무조건 마사지 기계로 향한다. 마사지를 노리는 다른 손님이 없어 40여분 마시지를 받은 후 간단한 먹거리로 배를 채우고, 샤워도 하고, 웹 서핑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메뉴가 점심용으로 살짝 변경될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 대련행 비행기를 타러 이동한다.
치앙마이에서 사전 배정 받은 좌석이 좀 앞이다 싶었는데 막상 탑승해 보니 비즈니스석의 끝자락이다. 이코노미 좌석이 오버 부킹이 되어서인지 운 좋게 편안한 자리를 배정받고 마지막 1시간 비행을 마친다. 8박9일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내일부터 출근이다.

대련금석탄힐튼호텔 (大连金石滩鲁能希尔顿度假酒店) 대련호텔

지난주 중순 90일 임시 힐튼 다이아몬드 자격을 부여받고, 주말 재미 삼아 다이아몬드 체험을 위해 힐튼 호텔에 묵는다. 최근 金石滩에 생긴 호텔인데 정식 이름은 大连金石滩鲁能希尔顿度假酒店이고, 영어 이름은 Hilton Dalian Golden Pebble Beach Resort이다. 일기예보대로 날이 흐려 당일 아침까지도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아침에 모바일앱으로 예약을 확인해 보니 Executive Room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어 그냥 가기로 한다. 집 앞에서 2002번 버스를 타고 火车站에 도착한 후, 3호선 전철을 타고 金石滩站까지 이동하고, 호텔까지는 기본요금을 내고 택시를 탄다. 이번 숙박의 목적은 과연 1박2일 호텔에서 묵는 것이 집에서 삼시세끼를 먹는 것에 비해 나쁘지 않은 가성비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인지라 조금은 고되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2시간 조금 안 되게 버스, 전철, 택시 등을 갈아타고, 인당 15¥ 가량을 소비한다.

호텔은 바다를 보며 좌우로 넓게 퍼져 있긴 하지만 높진 않다. 4층이 로비이고 게스트룸은 1층에서 8층까지 존재하며, 각 구역마다 별도의 엘리베이터가 존재한다. 2구역의 7층인지라 2700으로 시작하는 방을 배정 받는다. 모바일 앱으로는 7층 금연실, 8층 흡연실로 분리되어 있지만 어차피 테라스가 있어 큰 의미는 없다 한다.
방에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는 아담하다. 2인이 묵기엔 충분하긴 하지만 Executive Room이라고 특별히 넓진 않다. 업그레이드라 감사히 받았지만 돈을 더 내고 묵을 가치가 있는지는 고민스럽다. 수영장은 천장 공사 중이라 4월말까지는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가 객실에 놓여져 있다.
잠시 객실에서 쉬다가 Executive Lounge를 가봤는데, 오후 시간의 메뉴는 절망에 가깝다. 체크인할 때 명색이 애프터눈티가 있다고 안내했지만, 소박한 빵쪼가리 한 종류와 쿠키가 조금 있을 뿐이다. 커피 머신을 통해 각종 커피를 마실 수 있고, 탄산음료나 진저애일이 냉장고에 들어 있다.

어차피 휴식을 위해 온 호텔인지라 언제나처럼 샤오미 TV 박스를 연결하여 영화, 드라마, 한국 TV 생방송 등을 보다 저녁 시간에 맞춰 다시 Executive Lounge로 이동한다. 날도 흐리고 다들 할 일이 없어서인지 6시반도 안 되었는데 테이블이 거의 만석이다. 마지막 테이블 하나에 겨우 걸터앉아 맥주를 부탁하고 각종 먹거리들을 가져온다. 훌륭하다고도 넉넉하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양이 많지 않은 우리 부부가 요기를 하기에는 충분하다. 샐러드, 치즈, 소시지, 오리구이, 베이컨, 소고기 완자, 멸치조림 등이 소박하게 놓여 있고, 빵도 케이크도 애프터눈티 때보다 더 넉넉하게 제공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나라와는 달리 6시부터 11시까지 해피아워를 운영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오래 앉아 많이 마시거나, 객실에서 잠시 쉬다 다시 올 수도 있다.
다음날 아침에는 4층 조식당에 가본다. 식당은 긴 일자 구조인데, 3개의 구역 정도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보통 수준이지만, 어제의 Executive Lounge 덕분에 기대치가 양껏 낮아져 버린 우리 눈높이에는 훌륭하기 짝이 없다. 어린이가 좋아할 법한 눈사람이나 원숭이 모양의 찐빵, 일반적인 에그 타르트 외에도 팥앙금이 들어 있는 타르트 등, 이런저런 재미난 음식들을 모아서 간단히 아침을 먹어본다.
식사 후 한시간 가량 호텔 내부 및 주변 산책을 하고, 객실에서 전날 놓친 일부 채널을 VOD로 보다가 11시경에 나와 체크아웃을 한다. NPS를 잘 달라는 남직원에게 걱정 말라며 중국어로 답변한 후, 콜택시를 부탁해 전철역까지 도착한다. 전철에 타려고 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날씨가 좋아 시내 사람들이 구경을 온 모양이다. 굳이 레이트 체크아웃을 하지 않고 일찍 나온 덕분에 사람 지옥을 피한다.

전철 종점인 기차역에 내려 집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앉아 출발을 기다린다. 역이다 보니 평소에 눈에 안 띄는 거지도 한 명 보인다. 간이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청소년들을 노리더니, 그 중 하나를 붙잡고 집요하게 돈을 요구한다. 계속 거절하자 목에 걸린 QR 코드를 내민다. 말로만 듣던 모바일 페이로 구걸하는 거지를 5년만에 직접 눈으로 본다.

중국 천진 (中国 天津) 여행

주말을 이용해 중국 天津을 가보기로 한다. IHG 프로모션 중에서 4월말까지 서로 다른 4개의 브랜드 호텔 숙박이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였으나, 부티크 호텔이라는 인디고에 한 번 묵어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간만에 아내와 함께 캐리어 없이 작은 가방 하나씩 매고 공항으로 향한다. 7시 45분 海南航空을 타고 天津에 도착하니 오전 9시 이전이다. 택시 대신 공항이 출발점인 지하철을 타고 建国道 역에 내려 意大利风景区로 이동한다. 지하철에서 조금 걸어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 골목골목을 다니다 보니, 나름 예쁜 카페, 포토존, 랜드마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건 대부분의 카페나 식당이 11시부터 문을 여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오니, 맘에 드는 곳에 쓱 들어갈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피해가며 거리를 조금 누비다가 스타벅스에 들어가 브런치를 주문한 후 느긋하게 밖을 쳐다본다. 확실히 밤에 조명을 받았다면 더 아름다웠을 법하다.
여기서 지척이라는 古文化街를 가기 위해 대기하던 택시를 타려 했으나, 기사가 가깝다는 이유로 가기를 거부하며 걸어가라 한다. 덕분에 海河를 관통하는 다리를 건너며 意风区를 다시 한눈에 보긴 했으나, 아무리 지도를 켜고 확인해도 걸어갈 만한 거리가 아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거쳐 古文化街에 도착한다. 한국의 인사동을 연상시키는 거리에는 살거리는 없어도 볼거리는 많다. 반시간 조금 넘게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거리를 구경한다.
호텔 이동을 위해 택시를 시도했으나, 관광지에서 서서 기다리는 택시들답게 바가지 손님을 노리며 승차거부를 일삼는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수백 미터를 이동했는데도 여전히 택시 잡기가 여의치 않다. 결국 1km를 넘게 걸어 숙소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10개가 채 안 되는 버스 정거장을 지나 버스에서 내린 후 호텔로 이동한다. 부티크 호텔이란 명성답게 천진의 인디고 호텔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독일식 저택을 개조했다고 하는 이 호텔은 그냥 대로변에 있는 듯하여 얼핏 보기엔 그냥 그런 수준으로 보이지만, 체크인 이후 객실로 이동하는 통로에서 보면 독채의 건물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마치 한국의 방갈로형 콘도를 연상시킨다. IHG 플래티늄 앰베서더 회원이라 한 등급 업그레이드된 디럭스룸은 넓은 객실과 독특한 내부 구조를 자랑한다. 그리고 작은 호텔 객실 하나 만한 크기의 공간에 욕조와 샤워기가 위치하고 있어, 마치 방 한가운데 욕조가 놓인 듯한 기분도 든다. 특히 별도의 공간 없이 욕조 좌측에 붙어 있는 샤워기를 이용하다 보면, 마치 나무처럼 보이는 바닥 대리석에 물이 흐르는 구조인지라, 왠지 죄를 짓는 기분까지 든다. 잠시 쉬다 내려가본 지하 1층 역시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조형물로 꾸며져 있다. 각각의 독채 건물이 하나의 지하를 공유하는 좀 특이한 구조다.
오전부터 터프한 일정이라 객실에서 좀 휴식을 취한 후 5시 조금 넘어서 택시를 타고 梅江으로 이동한다. 한때 한국인의 주요 터전이었던 것처럼 주변 건물의 대부분이 한국 간판을 달고 있다. 마치 沈阳이나 延吉에 온 듯하다. 어렵사리 찾아간 버드나무집(柳树之家)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음식으로 우릴 맞이한다. 소곱창의 밋밋한 맛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알탕의 식감은 우리로 하여금 추가 주문 대신 주변 식당으로 옮기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게다가 모든 테이블마다 한국인 또는 조선족들이라, 마치 한국 시골 식당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목표로 했던 天津之眼 주변에서 야경을 보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래에 있는 곰바위(熊岩)로 간만에 2차를 가본다. 배는 채워졌지만 시간을 때우기 위해 왔던 이 식당에서 사장님의 권유로 낙지삼겹살볶음을 주문했는데, 한국보다 한국스러운 맛이란 명성이 있을 만큼 나쁘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다만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나와 서비스라 생각했던 개당 5块짜리 공기밥 2개를 계산에 포함한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그 중 하나는 참지 못하고 먹어 버렸지만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타러 나오니 관광객과 취객을 상대하는 듯한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첫 번째 택시에게 天津之眼에 가자 했더니 최근 본 적이 없는 고정가격인 50块를 부른다. 몇 대 뒤에 있는 택시를 탔는데 사기꾼 택시 기사를 만나 미터기 조작을 한다. 바이두 지도를 켜고 감에도 벌써 8km나 왔다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에 중간에 내려버린다. 다시 지나는 택시를 타고 天津之眼에 도착한다. 약간 돌아가나 싶었지만 금방 최적의 경로를 찾으신 이번 택시 기사는 대관람차를 보기엔 红桥가 좋다고 하며, 그쪽 근처에서 내려준다. 내려 강을 따라 조금 걷다가 남들처럼 다리에서 대관람차와 유람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다시 어렵사리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온 후, 웰컴 드링크를 소화하기 위해 호텔 뒷마당 초입에 있는 바(Bar)로 이동한다. 견과류 안주 제공 하나 없이 300ml의 캔맥주 또는 주스를 주는 수준이라 좀 실망스럽긴 하나, 대신 술값도 안주값도 저렴하다. 2차에 걸쳐 배가 부른 상태였음에도 프렌치 프라이를 주문하고, 이를 위해 맥주를 조금 추가한다. 买一送一라고 불리는 생맥주 1+1 프로모션 입간판이 로비에 있었음에도, 우리가 온 이후 생맥주 주문 하나 없었음에도 이를 요구하자 다 판매되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미심쩍지만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음날 비행기가 8시반 경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을 한다. 체크아웃을 할 때 택시를 요구하니, 별다른 호출 시스템 없이 나이 지긋하신 직원이 밖에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 시도한다. 잠시 기다림에 동참하다 滴滴로 택시 기사를 호출한다. 불과 몇 분 안에 택시가 도착한다. 20여분 걸려 공항에 도착한 뒤 天津航空 비행기를 탄다. 좌석버스도 아니고, 좌우로 각각 2열 좌석만 있는 비행기는 처음 타본 것이 아닐까 싶다. 1시간 가량 짧은 비행을 하고 나서, 짐이 없어 빠른 속도로 택시를 타고 집에 오니 아직 오전 중이다. 짧은 여행이지만 나름 쌓인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거의 일요일 하루를 다시 휴식에 소진한다.

한국 제주도 (韩国 济州岛) 여행

국제선을 타고 제주도를 간다는 건 국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논센스겠지만, 재외국민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올초 춘추항공에서 프로모션 메일을 받은 적이 있는데, 거주 도시에서 제주행 국제선 직항이 각각 1원과 99원이다. 물론 기타 비용을 감안하면 제법 올라가지만, 그래도 1인당 700¥ 조금 넘는 비용으로 2시간짜리 국제선을 탄다는 건 흔치 않은 경우다. 일정이 썩 좋지 않아 조금 주저했으나, 당초 시간 한정 프로모션이 1주일 더 연장하면서 토요일 저녁 제주 도착, 월요일 저녁 대련 회귀라는 짧은 일정이 만들어졌고, 월요일 하루의 휴가를 내서 2일을 꽉 채우는 대신, 철저하게 관광을 포기하고 한국음식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중문에서 가성비가 좋은 호텔을 찾는 와중, 하얏트 리젠시가 하루 10.4만원++에 나온 걸 발견한다. 하얏트 포인트도 조금 있어, 클럽룸을 숙박할 생각도 있었으나, 유선상으로 확인해 보고 포기한다. 토요일 체크인 시점이 23시경이라 클럽룸을 사용할 수 없어 월요일 저녁까지 클럽룸 엑세스가 포함된 레이트 체크인을 해주거나, 체크인은 제시간에 하더라도 클럽룸 엑세스 시간을 늦춰줄 수는 없는지 문의했건만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는다. 플랜B로 이틀째만 클럽룸을 넣어 예약을 요청했으나, 하루씩 찢어서 예약을 시도하니 금액이 1.5배 정도 늘어난다. 30분 가량 직원과 이런저런 방안에 대해 상의한 끝에, 그냥 조식도 클럽룸 사용도 없는 최저가 예약을 택한다. 덕분에 여행의 컨셉은 더욱 한국요리 먹방 투어로 굳어진다.

토요일 오후 3시반 경에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대형 캐리어 없는 여행은 거의 십수년만이다. 칼같이 제시간에 출발하는 춘추항공을 타고 예정보다 30분 이상 빨리 제주에 도착한다. 수년만에 찾은 제주 공항은 변한 듯도 하고 변하지 않은 듯도 하다. 비교적 앞좌석을 배정받은 데다가, 기내 수하물만 든 채로 내국인 전용 라인을 통해 입국하다 보니, 비행기 승객의 99%를 차지하던 중국인들을 뒤로한 채 거의 1순위로 공항을 빠져나온다. 사전 예약한 렌터카 수령을 위해 셔틀버스를 찾아간다. 출발 대기 중이던 셔틀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약간 거리가 있는 렌터카 본사로 이동한다. 제주공항렌터카를 선택한 이유는 늦은 시간까지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별도의 야간 보관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아이오닉을 빌려 이런저런 설명을 들은 후, 차를 찾아간다. 간만에 하는 운전인데다 생소한 전기차라 더욱 어색하게 작동법을 익힌 후, 그럭저럭 운전을 시작한다. 당초 10시나 되어야 출발할 거라 예상했으나 예정보다 1시간이나 빨라진지라, 호텔 근처의 흑돼지집 대신 공항 근처의 횟집으로 첫날 저녁식사 장소를 변경한다.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잠시 이동하니 목적지에 금방 도착한다. 곁다리 음식이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는 삼미횟집이란 곳인데 회보다 주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부에게 알맞은 곳이다. 전복, 홍합, 문어숙회, 참치 타다키, 멍게, 새우, 간장게장, 갈치회, 해물난장, 초밥, 매운탕, 전복내장볶음밥, 튀김, 옥돔구이에 삼계탕까지 나오다 보니, 양이 살짝 부족한 듯한 회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이 모든 구성이 2인 세트란 이름으로 10만원에 제공된다. 결국 마지막에 나온 삼계탕은 입도 대지 못한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나 대신 처음 보는 제주 소주인 푸른밤 한 병은 아내의 반주가 된다.
식당의 마지막 손님이 되어 정리하는 직원을 뒤로한 채 나와, 차를 몰고 하얏트 리젠시 호텔로 이동한다. 도로 표지판을 보니, 과거에 와봤음직한 익숙한 표지도 종종 나타난다. 중문 초입로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음료와 맥주를 조금 산 후 호텔에 도착한다.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 공간이 없어 제2주차장까지 이동해서 주차한 후 호텔 로비에 오니, 이미 아내가 본인 확인을 제외한 체크인의 대부분 과정을 끝내 놓은 상태다. 요식적 행위를 끝내자마자 키를 받고 객실로 이동한다. 객실은 마운틴뷰이긴 하나 오션뷰의 마지노선이 되는 룸과 인접하고 있어, 테라스 쪽으로 나가면 바다가 훤히 보인다.
다음날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중문 지역에서 나름 평판이 좋은 고집돌 우럭을 찾아간다. 호텔에서 차로 몇 km 이동하니 금방 도착이다. 약간은 이른 시간이라 대기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안팎을 둘러보며 사진을 조금 찍다 들어오니, 차례가 되어 2층으로 안내 받는다. 3가지 런치 세트 메뉴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제일 푸짐한 C 세트를 주문한다. 새우와 전복이 포함된 우럭 조림을 기본으로, 옥돔구이, 돔베고기 및 순대, 보말미역국, 해녀 낭푼밥 등이 추가된 세트인데 인당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찌 다 먹나 싶었으나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대부분의 음식이 사라진 터다. 특히 우럭조림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조림무나 시레기가, 재외국민의 간만에 먹는 한식 식감을 더욱 자극한다.
식사를 마치고 이마트 서귀포점에 간다. 아내가 이번 기회에 구매하려고 미리 뽑아둔 리스트를 참조하여 볶음용 잔멸치, 깔라만시, 미역, 짬뽕라면 등을 사고, 고민 끝에 황태를 추가 구매한다. 일반적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관광지에서 장보기지만, 재외국민에게는 한국 식품을 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호기다. 덕분에 거의 텅 비어 왔던 기내용 가방이 이번 비행편 수하물 한계인 10kg까지 꽉 차게 생긴다. 덤으로 1층에 있던 미용실에 들어가 간만에 한국 스타일로 머리까지 자르고 온다. 2층 이마트 주차장에는 전기차 중전소가 가득인데, 들어갈 때는 텅 비어 있었으나, 나올 때 보니 제법 여러 대의 차량이 충전 중이다.
객실에 돌아와 TV로 야구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점심 때 과식에 가깝게 많이 먹은지라 보통이라면 저녁을 생략했겠지만 꽉찬 2일의 일정이니 한 끼라도 소홀하게 보낼 수 없다. 목표했던 3번째 메뉴인 흑돼지를 먹기 위해, 픽업 서비스까지 받으며 삼미흑돼지라는 곳을 찾아간다. 식당 직원의 차를 타고 도착하여, 흑돼지 2인분과 김치찌개를 시키고 소주를 곁들인다. 목살과 삼겹살을 초벌구이한 후 숯불에 다시 구워 먹는 방식인데, 목살보다는 삼겹살이 더 맛있는 편이다. 서비스로 나온 전복 내장 비빔밥도 독특한 식감 덕에 자꾸 손이 간다. 식사를 마칠 무렵에는 간단한 빙수도 서비스로 제공한다.
SNS에 홍보할 경우 무료로 소주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중국인을 겨냥한 듯 大众点评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얼마전 교토에서도 할인을 위해 포스팅을 했던 모바일 앱인데, 아내 계정으로 글을 올리고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얻는다. 계산할 때 공상은행 신용카드를 내밀자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사용하던 직원이 中国人이냐고 묻는다. 중국 사는 한국인이라 답한 후 계산을 마치고, 다시 호텔까지 다른 직원의 차를 타고 돌아온다.

다음날 동선은 산방산 온천을 중심으로 잡았기에, 10시경 체크아웃을 한 후 산방산 방향으로 이동한다. 목표로 하던 3가지 음식 먹기를 모두 달성했기에 오늘부터는 가볍게 식사하기로 하고, 돌솥밥을 먹기 위해 가는 산방산 가는 길에 있던 생원전복이란 곳을 들른다. 이른 시간이라 2번째 손님으로 입장하여 해물뚝배기와 전복돌솥밥을 주문한다. 2인 3만원의 가격은 관광지 치고는 나쁘지 않다. 비록 반찬은 소박하지만 메인 메뉴는 무난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아내가 며칠 전부터 돌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은 누룽지를 먹고 싶어했기에 소원성취한 셈 친다.
비슷한 거리에 있는 유채꽃밭과 탄산온천 중에서 고민하다가 온천을 먼저 가기로 한다. 산방산 탄산온천의 불가마나 찜질방은 그냥 그런 수준이지만 탄산온천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았던 기억이 있다. 찜질방 포함 1인당 14,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한 시간 가량 불가마를 들락날락한 후 대망의 탄산온천을 하러 들어간다. 탕속에서 손을 뻗으면 온몸에 기포가 맺히고, 코를 가까이 대면 탄산수 특유의 향이 온몸을 자극하는 탄산온천에서 한 시간 가량 온몸을 충전한다.
이제 깔끔해진 용모로 유채꽃 사진을 찍으러 간다. 산방산 공영주차장 방향으로 차를 몰다 보니, 관광버스 한 대가 멈추고 사람들이 잔뜩 내리는 곳이 보인다. 관광객 대상이라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바로 차를 대고 인당 천원을 지불한 후 유채꽃밭으로 들어가 한 무리의 관광객과 경쟁하듯 유채꽃밭을 누벼본다. 비록 날이 흐려 최상은 아니지만, 육안보다는 훨씬 나은 사진의 결과물들은 입장료 가치 이상이다.
저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해안도로를 좀 돌다가 시내에 있는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한 편 볼 생각이었으나, 해안도로에서 시간을 좀 많이 허비하는 바람에 보려고 했던 영화 시간이 아슬아슬해진다. 직선 도로에서는 속도를 조금 내봤으나, 거리도 도착 시간도 줄어들지 않아 금방 포기한다. 대신 지나가다 동사무소 앞에 있는 전기차 충전 마크를 발견하고, 생애 최초로 전기차 충전을 시도해 본다. 카드가 말썽이라 구형 기계로 가서 카드번호를 수동으로 입력한 후에야 겨우 충전이 시작된다. 경험이 목적이지 충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10분 후에 충전을 종료한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친환경에 이 정도 가격이면 추후 전기차 구매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충전한 후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승용차만큼 늘어난다면 세컨드가 아니라 메인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 싶다.
영화관 대신 저녁을 먹기로 하고, 잠시 고민하다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매국수를 찾아가 고기국수, 비빔국수에 돔베고기 절반을 주문한다. 별다른 기대 없이 방문한지라 기대 이상의 국수맛에 감탄한다. 다만 우리 부부 2명이 먹기에는 국수 2인분과 돔베고기 200g은 많은 편이라 국수의 절반 이상을 남기고 온다. 그래도 나중을 위해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모두 맛보고 왔으니 별 아쉬움은 없다.
렌트카 반납을 위해 제주공항렌터카로 이동한다. 반납처에서 직원을 만나 별 절차 없이 순식간에 차를 반납한다. 전기차 충전 무료라는 혜택이 있기에 추후 제주를 방문한다면 다시 사용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소음도 적고 시속 100km까지 운행에도 별 무리가 없으며, 생각보다 차량 내부도 넓은 편이라 큰 불편함이 없다. 최초 충전 시에 케이블 호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좀 헤맨 경험은 다음 대여 시에는 더 나아질 터이다.

반납 후 다시 공항으로 이동하는 셔틀 버스를 다시 아슬아슬하게 탑승한다. 올 때와는 달리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 한참만에 공항에 도착한다. 하나로 되어 있는 제주 공항의 국제선 쪽으로 이동하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중국인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시 바글바글하다. 국제선의 대부분이 중국 노선이다. 다행히 원래 체크인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수속을 시작하고, 카운터도 유연하게 5개나 오픈한지라, 우리보다 앞에서 대기하던 중국인들이 많았음에도 큰 무리 없이 발권을 한다.

발권 후에도 시간이 제법 남아 다이너스 카드가 되는 칼 라운지에 들러본다. 카드 승인 후 입장하려 하는데, 아내 카드가 자꾸 거절 당한다. 라운지 직원의 권고로 급히 모바일 앱을 깔고 해외 결제 방지가 선택되어 있는지 확인했으나 모두 정상이다. 불과 한 달 전에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사용했기에 이상하다 생각하며 현대카드 콜센터에 연락을 취해 보지만 연결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내 카드로 1인 추가 결제를 하고 라운지에 들어간다. 제주공항 칼 라운지는 그 명성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 오직 과자 부스러기와 음료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맥주도 없다. 30$를 결제하고 꼬마 콜라와 감귤 주스 한 병씩 마시고 나니, 조금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라운지를 나서고 나서 한참이나 후에 연락이 닿은 카드사 직원 이야기로는 1년 동안 카드 사용 내역이 전혀 없으면 휴면 카드로 전환되어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한다. 평상시에 한국 유심을 사용하지 않는 재외국민 입장에서는 이메일조차 없이 문자 한 통으로 휴면 카드 전환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며칠 후 본사 직원과 통화한 끝에 라운지 사용 금액은 환불을 받는다.

라운지를 나와 출국 심사를 하고 공항 내부에 들어오니, 입구에 있는 소박한 면세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바리바리 쇼핑백을 싸들고 있던 중국인들은 거의 인터넷 면세점 쇼핑을 한 모양이다. 결국 면세점에서는 별다른 물품을 구매하지 못한 채, 중국인들과 함께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가 준비되기만을 기다린다. 안타깝게도 게이트와 비행기가 직접 연결되지 않다 보니, 4차례나 버스가 승객을 실어나르고, 그만큼 리드타임이 발생해 비행기 출발이 약간 지연된다. 그럼에도 시간을 승부로 하는 저가항공답게 대련 공항에는 제시간인 10시 30분에 도착한다. 발권 시에 앞자리를 배정받았기에 비행기에서 일찍 나와 빠른 속도로 외국인 전용 카운터에서 입국심사를 완료한다. 30분만에 수하물까지 찾고 나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11시 30분이 조금 넘는다. 내일 출근이 기다리고 있어, 대충 정리하고 잠을 청하기로 한다. 2번째 탑승해본 춘추항공은 전체적으로 큰 불만은 없고, 비용 대비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다만 제주행의 경우 운행 시간만 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오하라 (日本 大原) 여행

어제 아내의 컨디션 때문에 하루 미뤘던 오하라(大原)를 오늘 가기로 한다. 니조성 앞에서 버스를 타고 오하라까지 가는 교토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장거리 버스인지라 서서 가는 걸 방지하고자 구글맵만 믿고 연결되어 있는 시조 가라스마(四条烏丸) 역에서 내렸는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정류장이 함께 있지 않다 보니 교토버스 정류장을 찾느라 헤매고, 막상 어렵사리 찾은 정류장에는 다른 유인물이 붙어 있어 긴가민가하고, 그러다 다시 처음 내린 정류장을 찾아가 산조 게이한(三条京阪) 역까지 이동하고, 산조 게이한 역 역시 시영버스 정류장과 교토버스 정류장까지 거리가 있어, 1분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정말 오전 내내 고난의 연속이다. 가방을 바꿔들며 버스노선표를 지참하지 않는 것이 천추의 한이 될 지경이다. 그래도 오하라행 버스 정류장이 가모 강변(鴨川) 근처에 있었기에 멀리서나마 폰토초(先斗町)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30분 후에 도착한 버스는 다행히도 자리가 넉넉하게 있어, 편안하게 앉아서 종점까지 도착한다. 아내가 더 보고픈 것은 이끼정원보다 액자정원인지라 호센인(宝泉院)을 먼저 들르고 산젠인(三千院)은 컨디션이 허락되면 들르기로 한다. 먼 길이 예상되므로, 휴식도 취할 겸해서 반대 방향에 있는 식당을 찾아 떠난다. Kirin이란 이름의 이 식당은 한국인들에게도 제법 알려진 듯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도 제법 평을 찾아볼 수 있다. 마침 방향으로 예상되는 곳이 내리막인지라 아내에게는 확인 후 천천히 오라 하고 먼저 내려가본다. 개울 건너 맞은편에 학교 하나를 바라보며 조금 좌측으로 이동하니 카페 하나가 있고, 바로 그 옆에 식당이 있다. 약간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어 입장 시스템을 살펴봤더니 용지에 직접 인원과 이름을 적게 되어 있다. 잽싸게 이름을 적은 후 아내를 이쪽으로 오라 하고, 세 팀 정도 기다린 끝에 식당으로 입장한다. 성수기 때는 나름 줄이 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비수기인지라 점심 시간임에도 큰 무리 없이 입장한다.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며 오니기리 세트와 오늘의 스페셜 세트를 주문한다. 오늘의 세트는 치킨 카레이고, 오니기리는 8개 샘플 중에서 5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샐러드바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여기서 제공되는 각종 음식들이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 나름 교토 가정식이란 컨셉답게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들을 끊임없이 제공하는데, 마치 한국의 한정식집에서 반찬으로 나올 법한 나물도 많고, 무 튀김처럼 일본 특색이 강한 음식도 있지만 모두 기대 이상이다. 이런 관광지라면 약간 바가지 요금이라도 이해할 법한데, 가격 역시 인당 1,500¥으로 충분히 합리적이며, 그 가치를 하고도 남는다.
만족할만한 식사를 마치고, 산젠인과 호센인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10여분 넘에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이끼정원이 있는 산젠인을 먼저 만난다.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들어가면 호센인을 만난다. 인당 800¥의 입장료에는 말차와 한입거리 간식 하나가 포함되어 있다. 수학여행을 온 듯한 한 무리의 학생이 지나간 후 그 유명하다던 액자정원 한복판에 앉아 본다.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오고가는지라 메인에 해당하는 공간에서는 잠시만 앉고 입구에 보이던 양지 바른 곳으로 이동한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볕을 쬐야 한다는 아내의 지론대로 30분 넘게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시간을 제법 보내고 난 뒤 아내가 산젠인도 들르자 한다. 생각보다 호센인의 규모가 작아 이동 경로도 적고 제법 긴 시간 동안 멍하니 휴식을 취한지라 어차피 동선에 있는 산젠인 역시 가볍게 들러보기로 한다. 산젠인에 들어가면 바로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실내에서 밖을 바라보는 곳은 호센인과 비슷한 느낌이다. 실내를 빠른 시간 안에 통과해 나가니, 그 유명한 이끼정원이 나오는데 역시나 규모가 상상한 것만큼 크지 않다. 이끼를 따라 좀 걸어가다 보면 동자승 석상을 만날 수 있는데, 이것들 또한 상상한 크기와는 다른 조그마한 석상들이 멀찌감치 놓여져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수천개가 넘는 작은 석상에 각각의 이름이 있고, 작은 석상마다 나름 다른 형태의 꾸밈이 있는 곳도 발견한다. 입구의 석상에는 관세음보살이란 이름이 달려 있다.
오하라라는 도시는 나름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일단 거리가 멀지 않아 당일치기에 부담이 없으며, 충분히 맛집이라 불릴 법한 식당도 있고, 무엇보다도 눈 내린 겨울이나, 꽃 피는 봄이나, 낙엽 지는 가을이었으면 더 매력적이었을 법하다. 오하라 여인을 뜻하는 오하라메(おはらめ)의 슬프지만 씩씩한 조형물 역시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버스로도 이렇게 긴 거리인데, 아이들을 위해 땔나무나 화초나 목공품 따위를 머리에 이고 교토 시내까지 걸어가는 길이 얼마나 멀었을까 싶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에서 반나절을 느긋하게 보내고,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조금 서둘러 내려온다. 갈 때보단 심리적으로 짧지만 물리적으로 피곤해진 상태라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교토 시내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느릿느릿 보내다 보니 예상만큼의 피로가 축적 되지 않은 관계로 호텔로 바로 돌아가는 대신 니시키 시장을 들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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